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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긴 어게인 - [리뷰] 실연남녀, 음악으로 길을 찾다

효준선생 2014. 8. 5. 07:30





  한 줄 소감 : 좋은 음악은 언제나 달뜨게 한다





80년대 중반엔 지금과는 달리 팝송의 전성기였다. 브라운관이 아닌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접했고 독특한 성향의 음악방송 진행자(DJ)들의 인기가 대단했던 때였다. 하지만 듣는 음악에 그쳤을 뿐 하는 음악은 언감생심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간 엠티(M.T)에서 입학은 같이 했지만 삼수를 해서 들어온 형은 북한강이 보이는 민박 집 마당에서 밤이 새도록 기타를 튕기며 연주를 했고 끊임없는 쏟아져 나오는 레파토리에 여학생들은 밤하늘별이 사라질 때까지 환호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음악과 미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음악이라는 것, 미술이라는 걸 할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느끼면 심취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다. 영화에서 음악은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절묘한 장치다. 그런데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음악이 여느 배역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다시 말해 음악이 없다면 이 영화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원스가 나왔을때 사람들이 환호했던 건 영화의 줄거리나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귓가를 파고들 듯 스며들었던 주제곡의 감흥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다시 제법 멋진 음악영화로 우리의 귀를 간질이기 위해 나타났다. 음악은 훌륭한 모티프이고 그런 음악을 연주하고 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다. 사랑을 잃고 심드렁한 상태의 두 남녀, 음반 제작사의 프로듀서와 작곡가라는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고 음악을 매개로 스스로를 찾아간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비록 작위적이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임에도 박한 평을 내리기 어렵다. 그 중심엔 어벤저스의 ‘헐크’ 마크 러팔로와 시니컬한 연기를 주로 했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있다. 두 사람을 연인으로 묶기엔 언밸런스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터닝 포인트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유명 가수가 된 남자 친구와의 결별, 아내의 바람으로 헤어진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이 찾은 건 남녀간의 애정이 아닌 동류의식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영화를 완벽하게 채울 수 없으니 수시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좋은 완충재가 된다. 재작년 싸이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올라 1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연이어 2위만 하고 있자 사람들은 도대체 1위곡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며 눈여겨 보았다. 바로 마룬 5(Maroon 5)였다. 이 영화에서 여자의 남자친구로 나온 애덤 리바인이 그룹의 보컬이다. 이미 광고음악등으로 귀에 익숙한 그의 목소리는 무대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연기적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이 영화는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어필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반해고 상태인 남자는 가진 게 없는 상태인지라 여자의 음악을 음반으로 만들기 위해 모종의 작전을 편다. 방음이 잘된 근사한 스튜디어가 아닌 이 영화의 배경인 뉴욕 이곳저곳에서 버스킹처럼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노트북으로 옮겨 파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엔딩에서처럼 기발한 방식으로 음악은 특정인의 점유가 아닌 대중의 공유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즉, 하루를 사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처럼 한가지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 영화엔 나름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각자의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그들을 하나 둘 모아보니 상당한 힘이 된다. 멋진 음악도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했을 때 보다 큰 시너지가 나고 좋은 영화도 함께 볼 때 더 큰 입소문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와이 잭(이어폰 분배기)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의 적절한 이미지다. 함께 할 때 좋은 건 현실에서도 다방면으로 유효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9.5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