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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리뷰] 내가 우리가 되는 과정

효준선생 2014. 8. 1. 07:30





  한 줄 소감 : 나무 모양의 그루트의 움직임과 대사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마블 코믹스 원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만들어진 만화같은 영화들에선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단 단 한권도 보지 못했기에 내용은 고사하고 캐릭터들도 낯설고 어쩔 수 없이 마주대하게 되는 캐릭터들에서도 미국 특유의 색채나 질감이 묻어나는 것들이 그렇다. 누군가는 그런 만화에서부터 푹 빠져서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에 나오면 쌍수를 들어 필견의 목록에 집어넣고 개봉일 만 기다리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 남들이 다보는 건데 안볼 수도 없고 정서상 크게 와 닿지도 않고 하니 난감하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자꾸 어벤저스와 비교당하는 이 영화는 캐릭터들이 떼로 나온다고 해서 그런 것 같은데 난생 처음 보는 캐릭터들의 이합집산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분장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단 하나의 캐릭터(피터)만 제외하고는 각양각색의, 심지어 동물과 식물을 인간처럼 만들어서 짝패로 만들어 놓은 걸 보니 역시 상상력이 돈이 된다는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린 1988년, 미국의 한 소년은 엄마를 여의고 난데 없이 등장한 우주선에 납치된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자신을 무법자라고 하지만 그저 청부 도둑에 불과했다. 오브라고 부르는 둥그스런 철제 공을 훔치는 과정에서 그게 가공할 비밀을 가지고 있는 물건임을 알고는 당황한다. 물론 그걸 탐하는 자가 우주에서 손꼽히는 왈패라면 말다했다. 자신에게서 오브를 빼앗으려는 초록색 피부의 여자와 너구리와 고목나무를 형상한 크리처와 함께 감옥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헐크를 닮은 남자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들을 일컫는 말이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시기를 따져보면 이 영화의 배경은 21세기 초반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지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모습도 천양지차다. 지구인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외계에서 왔는지, 아니면 무슨 엄청난 재앙으로 그리 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괴할수록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오브를 손에 쥔다는 건 절대 권력자가 되겠다는 심보다.






다섯 명의 멤버들의 활약 핵심엔 자신들이 훔친(정확하게는 피터가 훔친) 오브가 겉으로 보기에도 흉악한 타노스 그룹의 로난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뺏고 빼앗기고 다시 돌려받는 과정과 이에 사사로이 개입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들이 덧붙여져 이 영화에 대하여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들로서는 그저 화려한 공중전에만 시선을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영화 역시 모든 순간이 ‘나만큼은 정의의 사도다’ 라는 인물들의 오만과 독선이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그리고 가족을 끔찍하게도 생각하는 인물들의 견제와 저항을 받는다는 마블 영화의 특유의 전형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권선징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찌되었든 그런 결론으로 이끌고 가려면 그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넣으면 좋으련만 불쑥 끼어드는 전지적 작가주의의 창의력이 기발하다.






어찌되었든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필살기도 손에 넣었고 나름대로 팀 구성도 되었으니 여전히 불안한 세계의 평화를 위해 그들은 다시 동분서주할 태세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 2탄이 기어코 만들어진다는 말인데 그들의 생명력은 난리 북새통에 나뭇가지로 전락하고 만, 이 영화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한 그루트(고목나무 크리처)의 성장과 함께 다시 이어질 것 같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캐릭터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죽이고 하나의 팀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서로의 이해타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상금을 노리고, 오브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함등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처음부터 한 가족인 것처럼 행동하는 점도 미국 영화 특유의 고집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한 감흥을 준다.






마지막으로 피터는 엄마의 임종을 기다리며 듣던 올드 팝 테이프에 유난히 집착한다. 오래된 노래들인지라 귀에 쏙쏙 박히지는 않았지만 영국 팝그룹 텐씨씨의 아임 낫 인 러브(I'm not in love)는 영화가 끝나도 흥얼거리게 한다. 이렇게 미래의 언제쯤을 공상과학만화처럼 그려낸 이 영화가 도리어 흘러간 옛 노래에 의해 포장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Guardians of the Galaxy 
8.8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21 분 |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