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안녕 헤이즐 - [리뷰] 비를 견뎌야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효준선생 2014. 7. 30. 07:30





 한 줄 소감 : 투병도 사랑 앞에선 아무 일도 아니더라, 싸우고 토라진 그들에게 이 영화를...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듯이 사람의 목숨도 이미 정해진 거라 믿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알고 있는,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익숙한 것과의 영별(永別)이다. 하지만 그것도 가야할 사람에겐 찰나의 순간 찾아오는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일 뿐이다. 견디기 힘든 건 보내고 난 뒤 남겨진 사람들의 쓸쓸함이다.






이렇게 죽음은 산 자와 남겨진 자를 갈라놓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마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없앨 수는 없다. 영화 안녕, 헤이즐은 바로 죽음을 지척에 둔 불치에 가까운 난치병 환자들의 애틋한 멜로 드라마다. 이제 겨우 18살, 성인을 목전에 둔 그들은 이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여러차례 겪었고 이젠 그런 것엔 내심 담담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가족과의 이별이다. 그리고 아직 사랑이라고 부르기 쑥스러운 연인을 두고 가야 한다는 게 가슴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든다.






미국 영화를 보면 유난히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빙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혼자 끙끙 앓거나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리는 한국인들에겐 참 생소한 모습들이다. 헤이즐과 거스도 바로 이곳에서 눈이 맞았다. 갑상선암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폐에 물이 차서 산소통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그녀와 그리고 골육종으로 이미 다리 한쪽을 잘라낸 채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그는, 소중한 일상을 병마로 고통받는 것으로 가득 채우지는 않는다. 또래 친구들이 그랬듯이 그들 역시 조금씩 친해져 가고 그렇게 어린 연인으로 발전해 갔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을 시샘하고 휴화산 같았던 병마는 다시금 그들을 생채기내려고 한다.






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한탄만 하고 있거나 반드시 살겠다며 애를 쓰는 신파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는 없어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좀 색다르게 보인다. 그녀, 헤이즐에겐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의 저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이다. <거대한 아픔>의 저자는 미국인임에도 지금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다. 헤이즐과 거스는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가고 뜻밖의 박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부분은 의도적이다. 일반적으로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겐 가급적 호의로 대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작은 선물처럼, 하지만 네덜란드 식 이름을 가진 그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 놓는다. 그것이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한 설정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화엔 유난히 네덜란드 코드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의 이름도 그렇고 주인공 남녀가 그 먼길을 무릅쓰고 찾아간 곳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다. 후반부에는 아예 안네의 일기 주인공이 실제 거주했던 곳과 시내를 흐르는 강둑이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맛있는 식사를 하는 곳의 이름도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랑쥬(오렌지)이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육지가 낮은 곳이고 지금도 아주 조금씩 지반이 내려앉는 곳이다. 어쩌면 이들의 운명도 네덜란드와 닮아서였는지 모르겠다.  






죽음을 다룬 영화인지라 다소 정체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지배한다. 하지만 울고 짜는 억지 슬픔은 없다. 어린 나이임에도 살다 죽는 것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들은 마치 싯귀처럼 나열된다. 이미 많은 걸 내주고 사는 삶이다. 언제 그것마저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이다. 단지, 두고 떠나야 하는 걱정이 남는다. 영화 제목처럼 안위를 묻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사람으로 왔다가 한 줌 재로 가는 게 인생이니. 만약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눈물을 빼게 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화 다이버전트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나왔던 쉐일린 우들리와 앤설 에거트의 호흡이 참 좋아보인다. 





안녕, 헤이즐 (2014)

The Fault in Our Stars 
9.9
감독
조쉬 분
출연
쉐일린 우들리, 앤설 에거트, 냇 울프, 윌렘 데포, 로라 던
정보
드라마 | 미국 | 125 분 | 201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