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터키 - [리뷰] 날지 못한다고 꿈도 없는 건 아니야

효준선생 2014. 7. 28. 07:30





  한 줄 소감 : 인간이 너무 많은 걸 먹는 탓에 동물도 힘들겠다






시간여행을 통해 직접 접해보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건 누구나에게 환상같은 일이다. 언제로 가보고 싶냐고 물으면 상당히 고민을 하게 될텐데, 막연하게 옛날 그 언제가 아닌 자신의 생존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그들의 시간여행은 당면과제가 되고 만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시작되었다고 추정되는 1621년은 미국 역사에서도 중요한 한 해다. 바로 전 해 영국에서 박해를 받던 청교도들은 난생 처음 아메리카 신대륙에 발을 내딛었다. 유럽과는 완전하게 다른 풍토와 식량 부족, 게다가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살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만다. 해를 넘겨 이어지던 분규는 봄에 이르러 인디언들과 평화 협정을 맺고 상호불가침하기로 했다. 더불어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던 인디언들은 이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었고 가을에 적지 않은 먹을거리를 수확하기에 이른다. 이에 감사의 의미로 인디언을 초대해 함께 흥겨운 파티를 열었고 추수감사절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초대를 받은 인디언들은 선물로 야생 칠면조를 잡아와 이주민들에게 주었고 이걸 추수감사절의 메인요리로 삼았던 차에 지금도 추수감사절 하면 칠면조가 떠오를 정도로 미국인들에겐 상징적인 음식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칠면조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마치 한국에서 복날이라고 엄청난 양의 닭과 식용 개들이 죽음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슬픈 날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동물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최초의 추수감사절 날, ‘상에 올린 게 칠면조가 아니었다면’ 이라며 가정을 한 영화가 선을 보였다. 바로 영화 터키다.





이 영화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 이름이 아니고 칠면조를 뜻한다. 동물을 의인화한 영화들이야 많지만 영화 속 칠면조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셈이다. 타임머신을 조작해서 그 해로 돌아가는 과정, 집에 길러진 칠면조들과 야생 칠면조의 만남, 그리고 미국 대통령에 의해 홍보용으로 ‘세이빙 터키’의 홍보대사가 된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다양한 이야길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비록 칠면조라는 조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타인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하루를 바둥거리며 사는 오늘의 인간들에게 그나마 인정이라는 게 남아있을 것 같은 17세기로 돌아가 청교도적 삶을 다시 살아보자는 제안 같은 것 말이다. 1621년의 칠면조들은 마치 당시 미국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처럼 얼굴에 칠을 하고 있다. 그들이 한낱 잔치 상에 메인 요리 정도로 소비되는 걸 이 영화는 또한 주체적이지 못한 채 휘둘려 사는 인간의 모습에도 투영시켜 놓았다.






슈렉 시리즈를 맡았던 프로듀서와 영화 호튼의 연출자 지미 헤이워드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그림체는 낯설지 않다. 여름이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만화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가 주목받을 수 있는 부분은 비록 날개가 퇴화되어 날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칠면조를 등장시켜 노력을 다하면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칠면조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나오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맞춰 보는 재미도 있고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게 참 먹고 싶어질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터키 (2014)

Free Birds 
10
감독
지미 헤이워드
출연
남도형, 최한, 오웬 윌슨, 우디 해럴슨, 에이미 포엘러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코미디 | 미국 | 91 분 |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