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피해자들 - [리뷰] 손을 내밀어도 잡을 수 없다

효준선생 2014. 7. 25. 07:30






  한 줄 소감 : 두 사람에겐 서로가 썩은 동앗줄이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쓰기 전 영화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들이 온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다들 어떤 사건이나 조직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들끼리 소통하고 싶어 만든 사이트들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사기사건에 휘말린, 소송에 휘말린, 다들 억울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건 또 그만큼의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들이 일대일로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만 설마 자신이 가해자인지 조차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니 피해자들이 받아야 하는 심적 고통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은 혹여 누군가에게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그리고 살면서 굉장히 억울했던 적은 없었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게 된 여자,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늘 그때의 상처를 잊고 못한 채 힘들 게 살고 있다. 샤워라도 하면 기억조차 하지 못하길 간절히 바랬던 아픔들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악몽처럼 가위에 눌리는 날도 있다. 그녀의 트라우마다. 그랬던 그녀의 아버지가 이제 병원에서 인공 호흡기를 달고 오늘 내일 하고 있는 모습에 그녀는 차가운 모습으로 그동안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에게 아버지에 대한 죽음은 정말 자신의 트라우마를 지우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장군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살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아버지는 감출 수 없는 바람기로 어머니를 힘들게 했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소년은 저질러서는 안될 일을 했고 그런 기억이 또 여태 그를 질곡에 갇히게 했다. 준수한 외모에 금속공예가라는 일을 하는 그에게 여자란 마치 자신의 아버지에게 달라붙는 접대부나 다름없었으며 그에게 여자에 대한 분노는 최소한 그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은 보는 순간 분명히 서로에게 끌렸던 모양이다. 인연이 악연으로 그리고 다시 도무지 정의할 수 없는 관계로 돌변하는 걸 보면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보완제이자 상극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망가진 어린 시절의 악몽 같았던 기억을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시나브로 발전하게 된 남녀관계의 열락을 느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자신을 납치하고 강간하고 폭행했던 남자에게서 과거 아버지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 탓에 남자는 다 똑 같다고 느꼈던 것인지, 그동안 여러 접객업소 여종업원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온 남자에게 손목에 자해 상처가 가득한 그녀가 연민의 대상이 된 것인지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 있다. 여의치 않게 밖에서 폭행을 당하고 돌아온 남자와 열린 문으로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냥 머물렀던 그녀에게는 과거란 더 이상의 상처로 긁힌 아픔만은 아닐 거라는 어렴풋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는 과거의 상처, 현재의 애매한 심리, 그리고 예상이 가능한 미래로 잘라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느 시점에다 콕 집어놓아도 그다지 행복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오늘이 지나가길,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지워질 것 같지 않은 문신 같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하는 두 사람의 운명이 애처로울 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화 회사원에서 고가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소지섭과 대판 싸움을 했던 배우 장은아다. 

전직 파이터인 줄로 알았지만 부상을 입을 정도로 혼신을 다했다고 해서 눈여겨 봤다.  






피해자들 (2014)

The Suffered 
10
감독
노진수
출연
류태준, 장은아, 이상훈, 연송하, 이무생
정보
| 한국 | 88 분 |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