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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경가족 - [리뷰] 파편이 되어 버린 가족애를 상기하다

효준선생 2014. 7. 18. 16:30






   한 줄 소감 :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면서도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가족





영화 속에서 동양권 국가의 가족에 대한 묘사는 절절하다. 현실에서는 세대간의 단절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효도와 자애가 뒤섞인 묘한 감정이 늘 어떤 방식으로든 공감을 얻게 한다. 특히 일본 영화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 영화 동경가족은 그런 선입견을 조금도 거스르지 않은 정통에 가까운 홈 드라마다.






일본의 작은 섬마을에 살고 있는 히라야마씨 부부, 처음으로 몸을 일으켜 동경(東京)행 기차에 오른다. 노구를 이끌고 움직이게 된 결정적 이유는 슬하의 세 남매가 모두 동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고 오랜만에 손주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그들의 이번 여행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의 이야기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란 건 역으로 마중을 나간 막내아들과의 엇갈림부터다. 전혀 다른 역에 도착한 노부부는 자신들이 알아서 첫째 아들집으로 향하고 아들 내외는 뜻밖의 방문에 호들갑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작은 병원을 겸한 장남의 집은 일본의 전통가옥을 개조한 모습이지만 이들 부부가 며칠 묵어가기엔 좁아 보였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장성한 손자들과의 방문제와 며느리와의 눈치 싸움에도 노부부는 그저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딸네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들 보다 더 출가외인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차라리 돈을 내서 호텔에 묵게 하는 게 어떠냐고 오빠를 설득하고, 난데없이 호텔방 신세를 지게 된 노부부는 점점 이 삭막한 도시에서의 여정이 불편하기만 하다.






이 영화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70년대 붐을 일으켰던 영화 팔도강산 시리즈가 떠올랐다. 이미 작고한 두 노배우가 전국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보러 돌아다닌다는 설정인데, 사실 이 영화는 당시 개발붐이 일어나던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 건설입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만든 관제영화였다. 물론 그렇게 많은 자식들이 전국에 흩어져 산다는 것도 허구지만 얼핏 기억엔 막 지어놓은 시멘트 건축물을 보고 환호를 하고 우리도 잘 살게 되었다며 감탄을 하는 장면들이 마무리에 등장했다. 물론 이 영화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마치 용도폐기라도 된 듯한 노부부가 진심으로 자신을 환영해줄 곳을 찾지 못한 채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막내아들을 찾아 가며 일순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정말 작은 원룸에 기거하는 쇼지는 비정규직일을 하고 그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약간 망설이는 부분이 혹시라도 부모의 반대라도 있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하는 중이다. 이 부분엔 2011년 동일본 지진과 그로인해 피해가 아직도 일본인들에겐 상처로 남아 있구나 하는 설정이 들어가 있다. 아버지가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장면과 오랜만에 아들과 엄마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교차되며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가족간의 이해를 돈독하게 하는 대견함과 애틋함이 함께 전해져 왔다.






영화는 후반부 어머니의 돌연사와 그로인해 가족간의 의견차이가 극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겉으로는 집안의 조사(弔事)를 영민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엔 사뭇 이기적인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며느리와 사위는 그들 나름의 이유를 대며 서로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양보와 타협을 한다. 희생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반대로 아직 남이나 다름없는 막내의 여자친구가 전면에 나서며 히라야마 집안의 중재자 역할을 해낸다. 이렇게 가족은 직접 피가 섞인 혈연관계만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이는 순간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일본인 특유의 본심과 가식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 절대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으면서도 깍쟁이 같은 면들이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다시는 동경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보인다.






북적거리던 집에 덩그러니 남은 아버지의 모습이 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식들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 다시 그 자식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를 보니 남의 이야기만도 아닌 듯싶다. 일본 영화지만 점점 파편처럼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이 우리를 닮은 듯 하고 심심한 듯싶으면서도 인본주의가 철철 넘치는 정 많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동경가족 (2014)

Tokyo Family 
10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아오이 유우, 하시즈메 이사오, 요시유키 카즈코, 니시무라 마사히코
정보
드라마 | 일본 | 146 분 |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