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 [리뷰]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

효준선생 2014. 7. 16. 07:30





  한 줄 소감 : 남들은 '장고'나 '놈놈놈'을 언급하지만 난 수호지를 보는 듯 했다





한마디로 엄청난 이야기의 소용돌이다. 왕이 존재하던 시절, 지방권력이 토호처럼 똬리를 틀며 추상같은 권력을 행사하던 때, 민초들의 목숨 줄은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보였다. 재화와 권력을 안은 무리들 앞에서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아야 하는 그들의 마음속은 과연 어땠을까 몇몇 양반출신의 작가들의 머리와 손을 통해 세상에 소개된 그들의 삶이란 어쩌면 100% 다 드러나는 것도 아니었을 것 같다. 나라에 망조가 들어가던 19세기 말 조선 땅에 살던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들어 있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는 강화도령이라고 부르던 조선 철종 때의 이야기다. 중앙에선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들이 권력을 나눠먹고 외세의 침략이 빈번해진 때, 전라도 나주 땅에선 관헌에서조차 무시 못 할 세력이 의적 행세를 하고 있다. 지리산 추설 패거리들 이야기다. 툭하면 탐관오리들을 색출해 자의적으로 처결하고 그렇게 거둬들인 식량은 가난하고 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에 의지할 곳 없는 당시 사람들 중엔 스스로 의적 무리에 가담하곤 했다. 이렇게 세를 불려가던 그들에게 과연 시대의식이란 무엇이었을까







조선시대는 철저한 적장자(嫡長子) 우선이었다. 정실부인에게서 낳은, 첫째가 그 집안의 대를 잇는 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아이를 생산하지 못하면, 소실을 들이거나 아니면 바깥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건 적자(嫡子)가 아닌 경우엔 서자(庶子), 혹은 서얼(庶孼)이라 부르며 양반은 양반이되 양반이 아닌 것처럼 취급당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서얼 출신이면서도 상당한 공적을 세운 인재들도 많지만 특히 소설을 통해 알려진 홍길동의 경우에서 보듯, 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한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그저 눈이 가는 데로 가슴으로 보며 느끼는 면면이 강하다. 마치 당시로 들어가 엿보는 것 같은 실감 영상과 미술, 선과 악의 선명한 대비와 응징이라는 쾌감은 기대이상이다. 지리산 추설 패거리들의 활약에 당연히 응원을 하며 부패한 탐관오리를 혼내 줄 때는 통쾌하다가도 막상 서얼출신이라는 이유로 번듯한 관직에도 오르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집안을 잇는 계승자로서 윤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조윤이 안고 사는 울분과 분노는 그저 악행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세상에 울분과 분노를 동시에 갖고 있던 의적 패거리와 서얼 출신의 칼 잘 쓰는 남자와의 충돌은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응원하기엔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영화 중반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것처럼 고리대로 없는 사람들 등쳐먹는 행각과 그렇게 빼앗은 쓸모없는 땅을 개간한다고 그들의 인력마저 동원하는 모습에선 살포시 몇 년 전 멀쩡하게 흐르던 강에다 시멘트를 쏟아 부으라 지시하던 어느 ‘나으리’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렇다. 이 영화는 가진 게 거의 없지만 더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자칭 의적들과 그 가난한 사람들의 고혈마저도 짜 마시려는 감투 쓴 사람 사이의 알력을 통해 은근하게 사회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비판을 받아야 하는 건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연민의 정을 받아야 하는 건지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체머리를 떠는 쇠백정 출신의 최하층 빈민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리더가 되는 모습이 가난해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출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면 주류가 아니라며 차별받았다지만 권력의 입맛을 잘 알아가며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도포자락 휘날리는 선비의 모습은 연민에 가까워 보였다.






이 영화엔 두세 명이면 영화 한 편을 찍고도 남을 이름값 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마케팅 때문에 10명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조연들의 면면도 이 정도면 최강의 캐스팅이다. 그리고 그들을 허투로 과소비, 혹은 오(誤)소비 하지 않았다. 물론 대세배우 하정우와 어디서도 빛이 나는 강동원이 톱이지만 여러 배우의 협심(協心)이 아니었다면 제 아무리 좋은 이야기 틀에서라도 이만큼 재미있긴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형 액션 사극에 마치 웨스턴 무비의 권선징악이 뒤섞인 오락영화로서, 대사와 내레이션을 통해 반복되는 사회적 메시지도 튼실하고 배우, 미술등 볼거리도 만만치 않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강동원이 맡은 조윤이라는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고 싶을 복합적인 인물이다. 





군도:민란의 시대 (2014)

9.4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정보
액션 | 한국 | 137 분 | 201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