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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리뷰] 어린시절의 추억, 그 끝자락

효준선생 2014. 7. 15. 07:30





 한 줄 소감 : 음악과 맛, 그리고 소품이 잘 어우러지다




어른이 되어 바쁘게 살고있다는 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 둘씩 잃어버린다는 말과도 같다. 어린 조카에게 물었다. 5살 시절에 유치원 다니던 때를 기억하냐고, 이제 10살인데 5년 전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때는 10살 때 삼촌이 자기의 5살때를 기억하냐고 물었던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자기의 손때가 묻은 장난감이나 문구를 발견하게 되면 마치 기억의 잠재의식이 되살아난 것처럼 홀연 그 까마득히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고 말 것이다.






기억이 가능한 나이는 학령 근방쯤이다. 집이 아닌 학교에 가게 되었고 박씨 성을 가진 담임 선생님과 가건물을 떠올리게 하는 교사(校舍) 그때는 다 그렇게 없이 살았던 모양이다. 그런 기억들은 연속적이지 않고 단편적이다. 또 억지로, 혹은 갑자기 생각 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나이가 들어 몇 번 기억을 떠올렸던 걸 간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사람의 기억엔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무엇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한결 수월하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다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기억,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스러운 기억, 그런 것조차 추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고로 부모를 잃은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추억찾기를 그린 몽환적 드라마다. 프랑스 영화답게 귀가 간지러운 음악과 침샘을 자극하는 맛난 음식도 그리고 과장스러울 정도로 수다스러운 그들의 언변, 그리고 그 한 가운데 폴이라는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영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부모를 여의고 두 이모와 살고 있는 그는 동네 댄스 클럽에 나가 피아노를 쳐주며 살아간다. 물론 미혼이고 그가 피아노 외에 또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그에게 마치 하늘의 부모가 잠시의 즐거움이라도 선사한 양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층 어느 중년 여성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영화 포스터에 그려진 화려하고 다양한 색채의 정원은 마담 프루스트의 공간이자 그녀를 찾는 지인들에겐 과거를 회상할 수 있도록 꾸며진 아지트다. 폴이 그곳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처럼 옛날 자신이 어렸을 때를 떠올리는 모습은 마치 뭔가에 취한 모습이다. 채소를 먹고 차를 마시고 프랑스 과자를 깨무는 순간이 과거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호사롭다. 그리고 펼쳐지는 한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이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 집안에 어린 아이가 태어나는 것 자체가 경사스러운 일이다. 아이를 향한 어른들의 까꿍소리와 아이가 조금씩 커 가며서 반응을 달리하며 대하는 모습들, 그런 어른들을 보며 아이는 자랐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과거로의 여행이 한 아이의 옛 추억을 떠올리는 오브제였다면 현실의 폴은 어른이다. 이젠 다른 아이를 보며 천사의 미소를 보내고 어르고 할 때지만 여전히 준비가 안된 모양이다.






영화의 시작은 뜻밖에도 아이의 울음소리도 시작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진다. 그리고 엔딩, 그의 곁에서 서성거리던, 그가 어서 진정한 어른이 되길 바라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는 자기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이젠 부모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기억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랬듯이 어느 순간 떠오르는 편린들, 마담 프루스트는 우리의 기억을 정제하기 위해 존재했던 중재자인 셈이다. 추억을 환기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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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엘렌 뱅상, 루이스 레고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06 분 | 20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