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떤 만남 - [리뷰] 사랑하지 않게 되길 바라며...우리 만날까요?

효준선생 2014. 7. 17. 07:30






  한 줄 소감 : 바람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의성을 알겠다





프랑스 중년 남녀에게 사랑은 젊은 시절 스치듯 안녕같지 않다. 둘러봐야 할 주변의 눈도 있고 무엇보다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정도 있다. 결혼한 지 십수 년이 되어 피앙세는 이미 마담의 향취를 내고 아이들은 머리가 커져 자기주장만 하더라도 그런 게 인생이겠거니 살아야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건 아니다. 살다보며 느낀 것, 주변에 비슷한 경우가 있어 눈여겨 본 것, 그리고 지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걸 동물적 감각으로 아는 것이다.






영화 어떤 만남의 두 남녀 주인공은 이제 마흔을 넘겨 인생을 절반 넘게 한 사람들이다. 각자가 번듯한 전문직을 갖고 있고 주변의 평판을 먹고 산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자아에 대한 불안감이나 정체성, 허전함들이 있다.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하거나 파리지앵인지라 문화와 예술을 음미하다 보니 그런게 조금 해소가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여전히 어딘지 모를 아쉬움이 있다.






중년 남성들에겐 돈과 여자, 그리고... 라며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깔깔거린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여성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마찬가지로 돈, 남자, 그리고... 가 아닐까 결국 갈구하는 성(性)만 다르다 뿐이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곁에 다가온 이성은 자기에겐 이미 지켜야 할 성(城)이 있음에도 언제든지 문을 활짝 열어 놓을 각오가 되어 준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닥치고 나면 허둥거리거나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제 아무리 오픈된 마인드를 지닌 프랑스 사람이라 할 지라도.






변호사인 남자와 작가인 여자는 이렇게 저렇게 대 여섯 번을 마주친다. 호감을 갖고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연락처는 주고 받지 않기로 한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 다시 만날테고 그렇게 되면 그때 살갑게 굴자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마주침과 일상에서의 피곤함은 서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 영화는 81분이라는 상당히 짧은 러닝타임을 갖고 진행하면서도 남녀의 심리를 충분히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흔하게 떠올리는 일상을 벗어난 불륜으로의 궤도 이탈은 상상 속에서만 구현되게 짜놓았다. 이를테면 호텔로 들어간 그들이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어느새 동영상 파일이 되고 공공 장소에서의 진한 키스신은 그저 상상에 불과한 장면이 되고 만다. 이런 탓에 진도를 나가지 못한 채 쩔쩔매는 남녀의 관계에 감질난다고 한마디 하려다가도 파리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아름다운 풍광 앞에선 저절로 입을 다물게 된다.






이들의 선택은 어쩌면 일상으로의 회귀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세상에 이 두 사람만 있다면, 혹은 가정이 없는 청춘남녀라면 정말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에서가 아닌 런던에서의 만남이 보다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이들을 둘러싼 굴레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일상을 벗어난 일탈을 꿈꾸기는 한다. 하지만 용기부족으로, 현실성 부족으로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남자의 아내가 묻는다. 마음은 딴데 가 있고 몸만 자기 곁에 있는 건 사랑인지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느냐고? 여자의 육감이 아니라 남자의 아내로 나온 배우가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귀에 익은 음악들과 한때는 책받침 여신으로 지금의 중년 남성들에겐 로망이 되어 주었던 소피 마르소의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이 인상깊다. 더불어 다양한 촬영기법과 편집으로 결코 지루하지 않은 사랑의 한 케이스를 보여주는 프랑스 영화 어떤 만남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여전히 고운 우리들의 책받침 여신 소피 마르소의 건재가 멋지다






어떤 만남 (2014)

Quantum Love 
9
감독
리사 아주엘로스
출연
소피 마르소, 프랑수아 클뤼제, 리사 아주엘로스, 알렉산드르 아스티에르
정보
로맨스/멜로 | 프랑스 | 81 분 |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