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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 [리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과 살고 있나

효준선생 2014. 7. 13. 07:30





  한 줄 소감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한다





유인원을 한자로 풀면 사람을 닮은 원숭이라는 뜻이다. 같은 영장류로서 그들이 지구에서 살며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전기도 가스도 멋진 옷이나 집도 필요없다. 자연에 의탁해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을 적대시한다. 그 실례로 유인원들을 통해 나쁜 질병이 전파되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오프닝은 지구상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정도의 심각한 돌림병, 시미안 플루의 창궐이 침팬지들을 숙주로 한다는 명제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 중반 대사에도 나오지만 과학자들이 침팬지를 대상으로 치매연구를 시도하다 실수하여 병원균이 널리 퍼지게 된 것임에도 모든 잘못을 침팬지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구실 안에서 목숨을 걸고 온갖 병원균에 시달리던 그들로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의 말을 배우며 자랐던 시저의 도움으로 수많은 유인원들이 인간의 구속에 벗어나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일구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인간과 유인원들을 등장시켜 마치 동물의 왕국을 찾아간 사냥꾼 정도의 이야기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형이상학 철학을 담고 있는 수작이다. 중학교 2학년 수준의 떠듬거리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지적수준마저도 낮춰 볼 수 없다. 인간 이상의 판단력과 임기응변들이 선보이고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인간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대신 인간이 들고 있는 무기를 통해 이들은 공포심을 갖고 있고 영화 내내 총에 대한 트라우마를 연신 보여준다.






우선 리더쉽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보호를 벗어나 자아를 찾아나선 시저는 비슷한 처지의 유인원들을 구출해내며 일약 보스로 자리매김한다. 무력도 세지만 그보다 대중을 아우리는 통솔력과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의 수하에 코바라고 하는 역시, 한동안 실험실의 마루타처럼 지냈던 유인원이 그의 막역한 부하에서 시작해 점차 그를 이겨 먹으려고 하는 장면을 보며 진정한 리더와 그저 보스에 불과한 자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자신과 다른 부류들과의 공존 모색이다. 세상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제 각각인 사람들이 마치 독재자의 손끝만 보며 일제화(一齊化)가 될 수는 없다.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가 꼭 필요한 이유다. 영화에선 시저의 모습에서 그런 걸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금상첨화로 보인다.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는 대척지간이다. 사람들은 지능도 낮은 유인원에게 꿀릴 수 없고 매우 위험한 존재로만 여기지만 오히려 그 지능 낮다고 평가받은 유인원 시저는 전쟁이 아닌 평화의 방법으로 유인원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욕심과 유인원의 소박한 삶, 정글에서 집단 부락 생활을 하는 유인원들, 간혹 사냥을 하며 식량을 비축하고 나무를 깎아 만든 죽창이 자신을 지키는 전부지만 별로 욕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염병의 창궐로 수 십 억의 인류가 죽은 뒤 면역이 생긴 몇몇만 살아남은 인간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일종의 욕심이라고 봤다. 전기가 들어오자 음악을 틀어 놓고 불을 밝힌 채 춤을 추는 사람들, 상대적으로 유인원들 눈에 전기란 정말 목숨 걸고 확보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는 눈빛은 결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여러 가지 화두 끝에 어렵사리 꾸린 가족에 대한 소중함, 또 전쟁이 아닌 평화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유인원답지 못한 행동을 한 유인원을 통해 욕망이 지나치면 욕심이 된다는 걸 일깨워주었다. 공존이 불가능하다면 이젠 공멸만 남은 시간 속에서 시저를 앞세운 유인원들의 다음 수순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2014)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7.4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만, 제이슨 클라크, 주디 그리어, 케리 러셀
정보
SF, 액션,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30 분 |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