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이어스톰 - [리뷰] 살기 위해 박쥐가 되었다

효준선생 2014. 7. 12. 07:30





   한 줄 소감 : 유덕화는 나이가 들어도 참 멋지다





지금은 한국 극장가에서 중국영화(홍콩영화 포함) 보기가 참 힘들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8,90년대 단관시절 극장 간판은 주로 홍콩 배우들의 얼굴이 차지했으며 그렇게 기억에 간직된 그들의 모습은 아직도 끄집어내 복기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작 위주의 중국 대륙 영화를 제외하면 그렇게 잘 나가던 홍콩 영화는 주로 경찰들이 등장하는 영화 정도로 볼 수 있는 폭도 좁아졌다. 시대상을 반영한 탓도 있고 다른 장르에선 낯익은 배우들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배우 유덕화는 거의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올해 쉰 네살인 이 배우는 젊은 시절 사대천황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던 4명의 중화권 배우들 중에서도 첫손에 들던 배우였다. 다른 배우들이 조금씩 하향세를 이루며 점차 기억에서 사라져 갔음에도 유덕화는 오히려 최근의 여러 작품을 통해 그가 왜 장수형 연기파 배우인지를 다시 각인시켜주고 있다.






영화 무간도 시리즈에 이어, 그는 대개 정의의 편에 선 사도(司徒)로 주로 등장해왔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파이어 스톰에서의 그도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로서, 그리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최근 경찰대 범죄집단 사이의 알력과 충돌을 그린 영화들이 마치 제목만 바꿔 달며 시리즈처럼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파이어 스톰은 상당히 공력을 기울여 만든 영화라는 게 티가 난다.






이야기 구조도 간단치 않다.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을 것 같은 위장경찰, 잠복경찰을 재차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심리적 공포와 두려움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이야기가 두 개가 맞물려 있는 바람에 중간까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줄거리 만큼이나 편집도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는데 그걸 풀어가는 역할이 바로 유덕화가 맡은 경찰 루이 역이다.






한 남자의 출소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홍콩의 극악무도한 은행 현금차량 절도단의 놀랄만한 범죄 현장과 알고도 잡지 못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연속되고 그 사이에 낀 경찰들은 강박에 시달려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게다가 신분 세탁을 통해 들어간 정보원이 오히려 죽음에 이르고 사건은 더 복잡하게 꼬이고 만다.






영화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경찰에 일정 수준의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을 정보원이라 한다. 단서제공자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선 두 명의 정보원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각 서로의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일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 사지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면서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은 바로 이 영화가 보여 주고 싶은 딜레마인 셈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는 것조차 힘이 겨울 때가 있을 것이다. 비록 경찰의 권유에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도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지켜야할 사람들이 있다. 그저 범인을 잡고 화려한 폭발 액션만으로 이 영화를 보기보다 음지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사연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이 영화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중국어 제목인 '風暴'은 태풍이다.  빅토리아 피크 상공에서 홍콩을 집어 삼킬 듯 몰려드는 먹구름을 영화에선 긴박하게 돌아가는 위험한 대결로 잘 비유한 것 같다. 그나저나 한 번의 태풍이 지나가면 한숨을 돌리지만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다음 태풍에 맞서야 하는 그들의 처지가 다소 음울해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파이어스톰 (2014)

Firestorm 
7
감독
원금린
출연
유덕화, 요신, 임가동, 호군, 왕민덕
정보
액션, 범죄 | 홍콩, 중국 | 109 분 | 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