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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신사바 2 - [리뷰] 그날 이후 친구들이 사라졌다

효준선생 2014. 7. 11. 07:30





   한 줄 소감 : 중국발 한국형 공포영화의 시작
 





이승에 있는 살아있는 우리가 이미 저승에 가버린 사자(死者)를 불러온다는 초혼(招魂)은 죽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서 현실의 문제를 부각 혹은 망각시키고자 하는 행위다. 그런데 그 과정의 섬뜩함 때문인지 종종 공포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곤 했다. 말 많던 학창시절 아이들은 마치 귀신이 자신의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한다는 듯, 연필로 그려진 알 수 없는 문양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스스로를 옥죄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를 일본에서 들여온 미신의 하나라고도 했고 고대 우리 전통미신 문화의 하나라고도 했다. 어찌되었든 2004년 개봉했던 분신사바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주문을 걸며 복수를 한다는 설정으로 적지 않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10년이 지난 안병기 감독은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분신사바 2를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이번 영화는 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영화의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최근 한국보다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감독은 이 영화에선 여주인공인 박한별과 몇몇의 한국인 스탭을 제외하곤 대부분 중국측 인력과 장소를 섭외했다. 당연히 중국 특유의 정서가 묻어나올까 궁금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6명의 친구와 또 한명의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결말들은 충분히 한국적이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에 가득차 있는 그들의 모습이 크게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최근까지 한국영화에서 공포물이라고 하면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심리묘사들, 예를 들어 시샘, 선망, 질투 이런 것들이 영화의 중심기류라 했다면 거기에 집단 따돌림이 추가되며 이야기의 볼륨을 키워왔다. 그런데 그런 정서들이 성인이 되어서 까지 가시지 않고 그들을 좌우하는 걸 보면 제 아무리 친구지간이라도 해도 인간의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구나 싶다.





이 영화의 중심 축은 박한별이 소화한 송치엔이지만(그녀는 이 영화에서 중국인 대학원생으로 나온다) 그녀의 과거의 어떤 일과도 관련이 있는 샤오아이가 키맨이다. 매력적이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그런 이유로 다른 친구들은 유난히 그녀를 배척한다. 내 친구의 친구라고 그냥 다들 친구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그녀가 나타남으로써 은근하게 재수없는 일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런식으로 그녀를 멀리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일까





우리 주변엔 이런 샤오아이 같은 인물들이 적지 않다. 심성이 착하고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유난히 밉상으로 보인다며 한 친구가 지적을 하고 나면 정말 그렇게 보이는, 모든 행동거지에 트집을 잡고 그걸 나눠서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은 바보가 되고 만다. 이렇게 샤오아이와 나머지 송치엔의 친구 5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말 미묘한 관계가 이 영화의 주요한 소재가 된다.





비록 공포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는 있지만 슬프다. 분신사바 1편에서도 비슷한 정서로 인해 가해자나 피해자 구분없이 그런 반응이 있었는데 이 영화도 비슷한 편이다. 비록 범인 찾기에 몰두하면서 상당한 몰입도를 가지고 있고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해를 입는다는 설정이 상당히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종국엔 누구와 관련이 된 일이지 알고 난다면 어린 시절의 치기가 결국 자기는 살겠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중국에선 <筆仙2>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박한별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배역들은 오디션으로 뽑은 신인급 배우들이다. 배경으로 보이는 대학교 장면들은 북경 일대 유수대학을 섭외해 찍었다. 중국어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안병기 감독은 筆仙 시리즈(3탄까지 나왔음)를 통해 중국에서의 새로운 연출 한류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분신사바 2 (2014)

Bunshinsaba 2 
8.9
감독
안병기
출연
박한별, 신지뢰, 장정정, 손소룡, 장호연
정보
공포, 스릴러 | 중국 | 94 분 | 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