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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타바바라 - [리뷰]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효준선생 2014. 7. 10. 07:30





 한 줄 소감 : 사랑은 이토록 달콤하기만 한 걸까?





사랑할 나이가 된 모양이다. 우연하게 일로 만난 사람임에도 저리 끌리는 걸 보면.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다 이제야 눈 앞에 나타났는지 묻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속내를 너무 드러내는 것 같이 민망하다. 조금씩 다가가고 싶지만 이 사랑, 유지할 수 있을까






조성규 감독의 영화 산타바바라는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이름이자 영화 속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분량의 현지 로케였지만 옛날 영화에도 나왔다는 이곳의 양조장과 근처 바에서 기울이는 와인 한 잔이라면 없던 사랑도 이뤄질 것 같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사랑은 애초 없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연하게 만난 두 사람, 주변에 연결고리는 적지 않지만 냉철해보이는 광고일을 하는 여자와 어딘지 덜렁거리지만 착해보이는 음악일을 하는 남자의 조합이라는 건, 나름대로 전문직 종사자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사랑도 이렇게 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을때 하기 좋다. 지지고 볶는 사랑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한쪽으로 기울거나 혹은 사랑에만 매달리게 되면 다른 한쪽에게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당연히 성사될 리 없다.






이 영화로 조성규표 영화는 한편 더 는 셈이다. 전작들인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내가 고백을 하면, 맛있는 인생을 관통하는 독특한 정서를 꼽으라면 나르시시즘에 빠진 인물들의 여유로운 관계맺기라 하겠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자기만의 일을 가진 자들에게 느껴지는 일종의 도취적 행동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주인공들의 일과 관련된 행보는 무척 바쁘다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연히 만나고 인사치레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구나 친구 이상이 되고 다시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하는 식으로 이들의 관계 카르텔은 형성된다. 훼방꾼이나 악인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야기 흐름이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등장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의 향연이 지루함으로 빠질 수 있는 감성을 그때마다 붙잡아둔다.






이를테면 음악이다. 실제 음악인들이 등장하고 음악을 만드는 모습이 삽입되어 있다. 또 하나는 맛있는 먹을거리다. 여주인공의 언니를 통해 선보이는 요리들과 그들이 찾아가는 맛집 순례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번 영화에선 와인이 등장해 전작에서 커피가 차지했던 역할을 대신했다. 와인이 썸을 타는 남녀 사이를 좀더 가깝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이 영화에선 상당히 유효하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계기로 미국행을 감행해가며 찍은 산타바바라에서의 로케, 노을이 지고 갈대를 낀 해변을 머무는 그들의 모습이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사랑꾼의 모습처럼 보인다.






이들의 인텔리한 직업을 통해, 이들이 주고 받는 정감어린 대사를 통해, 과격하지도 않지만 추상적이지도 않은 설정들이 사랑을 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살살 녹여낸다. 마치 그동안 전작에서도 그랬다는 걸 확인하듯. 참으로 곰살맞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산타바바라 (2014)

8.9
감독
조성규
출연
이상윤, 윤진서, 이솜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9 분 |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