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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란시스 하 - [리뷰] 늘 우리 곁에 있을 듯한 그녀

효준선생 2014. 7. 8. 07:30





   한 줄 소감 : 하는 행동에서 조금씩 정감을 얻어가는 스타일
 





얼마 전 뉴욕을 배경으로 6,7명의 한국 연예인들의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선을 보였다. 그 흔한 생활비좌 주지 않은 채 덩그러니 빈 건물 하나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아 넣고는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뉴욕이라는 이미지는 세련되고 좀 바쁘게 살면서도 그걸 활력이나 역동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떠오르게 되는데 막상 도착한 그곳은 결코 그런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도시라고 해서 모두가 베이글과 모닝커피를 들고 연예인들처럼 활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도 하루를 보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서민들도 다수일텐데, 영화 속 뉴욕의 모습도 화려하게 꾸며진 주인공에 몰입하다보니 배경으로 지나가는 무수한 일반인의 모습은 놓치곤 했다.





영화 프란시스 하, 정열적인 춤을 추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만 봐서는 프랑스 영화인가 싶었는데 이 영화 미국영화다. 하지만 보는 내내 배경이 미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럽의 풍미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급기야 여주인공이 파리에 가서 소요(逍遙)를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물론 그녀의 이름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었겠지만 이 영화는 50년 대 후반 프랑스 영화계에 나타난 누벨바그의 미국식 재현이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사건 위주의 이야기 풀어냄이 아니라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을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니 바로 앞 상황이 조금 뒤에 놓인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재미있는 건 21세기가 10년도 더 지난 지금 왜 뉴욕의 젊은 여성을 내세워 이런 방식의 영화를 찍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도 흑백으로. 이 영화의 여주인공 프란시스는 뉴욕 출신은 아니다. 상경해 현대 무용을 배우고자 하는 스물 일곱 먹은 싱글이다. 그녀의 주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여자친구인 소피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동성 연애를 하는 건 아니다. 프란시스가 영화 내내 다른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면서도 소피와는 무척이나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건, 그녀만의 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뉴욕에서의 삶은 낯설지 않아 보인다.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그 마저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무용을 배우고는 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극단에서 짤릴 걱정 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코 포기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그녀에게 근심걱정이나 우울증은 항상 지근거리에서 그녀를 괴롭혀야 하지만 오히려 그녀를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 가득하다. 한마디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을 일삼아야 하는 그녀에게선 그 어떤 좌절이나 포기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집에서 하룻밤 기거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영화나 보러 가자는 말에 비싸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녀의 모습이 우리의 88만원 청춘 세대와 무척 닮아 있다.





그녀가 춤을 추는 장면이 몇 번 나오지만 얼핏 봐서는 춤에 어울리는 몸매도 아니었다. 유연성은 떨어져 보이고 여자치고는 상당한 골격 때문에 프리마돈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럼에도 뉴욕 거리를 걷기 보다는 날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왜 누벨바그의 전형을 따서 찍었는지,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했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성이 왜 ha(...)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란시스의 친구 소피로 나온 미키 섬너의 아버지가 스팅(고든 매튜 섬너)이다.


청춘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라는 허망한 격려가 아니라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다는 현실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는 결코 울거나 하지 않는다. 캔디도 신데렐라도 거부하는 그녀에게 소피 한 명의 친구가 곁에 있어주면 좋을 것 같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는다면, 그래도 그녀는 또 살아갈 것이다. 이 영화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사는.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프란시스 하 (2014)

Frances Ha 
10
감독
노아 바움바흐
출연
그레타 거윅, 아담 드라이버, 미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마이클 제겐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86 분 |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