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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시그널 - [리뷰]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

효준선생 2014. 7. 7. 07:30





    한 줄 소감 :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위에 눌려 깊은 잠을 못자는 날들이 연속되고 있다. 이렇게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건 다가올 날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고, 이미 곁에 와서 재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시각적인 자극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일차적으로 반응하고 부수되는 청각이나 후각들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그 눈으로 보이는 것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꿰뚫어 본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통찰을 의미하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시각과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려진 부분은 놓치고 그걸 자의적으로 해석해가며 의견을 내놓곤 한다. 당연히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영화 더 시그널은 낯선 상상력으로 충만하다. 감독은 분명 자신만의 감각을 채워 넣고 그걸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었겠지만 100% 자신의 의도를 이해해주지 못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 영화를 전형적인 SF영화라고 해도 되나 싶은데, 확실히 판타지스러운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아직 사후세계라든지, 외계인과의 조우라든지 하는 분야는 많이 개척되어 알려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후세계의 모습이나 외계인의 모습이라는 건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그림등 시각에 의한 인식의 결과다.





아무도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해킹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세 명의 대학생, 여학생이 학교를 옮기기에 짐을 실어다 주는 이들이 겪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분명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지점과 맞부딪친다. 그게 참 이성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다. 노매드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로부터의 해킹자료를 받는 닉과 친구들, 지적 호기심을 테스트당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쉽게 무시하기 힘들다. 결국 경로를 이탈하고 외진 곳에 덩그러니 서있는 폐가를 둘러보다 세 사람은 엉뚱하게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니 그들 인생에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을 공간에서 눈을 뜨게 된다.





이 영화는 세 명의 대학생이 자동차를 몰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앞 부분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어느 시점을 들어간 듯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몽환적으로 보이는 흰 색 바탕의 그곳은 병원 같기도 하고 연구소 같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온통 우주복같은 것을 입고서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자신들은 숨구멍 하나 내지 않은 방호복을 입고서는 이들에겐 외계인들과의 접촉으로 오염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물론 세 명은 각각 다른 공간에 있고 간신히 조우를 해보지만 그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불명확하다. 이 영화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부분이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닉은 다리가 좀 불편해 보인다. 소아마비 후유증처럼 보이는데 보조 장비를 이용해야만 보행이 가능하다. 만약 그에게 들어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는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원할까 아니면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원할까 줄기세포가 실용화될 수도 있다는 발표에 많은 장애인들은 한 가닥 희망을 갖고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비록 그 임상여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언젠가 지금처럼 과학의 발달이 계속된다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다. 이런 게 희망이다.





영화 중간 중간 닉은 건장한 두 다리로 숲길을 달리고 그 끝에서 강을 만나는 장면이 삽입된다. 좌절을 의미하지만 그곳이 목적지였다면 그는 완수한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걸 간절히 바라며 살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우리가 희망을 갖는 이유는 절망보다 우리를 잠시라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그 실현이 가시화되었기에 이렇게 험한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세기말적 분위기도 물씬 난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에겐 기사감도 들 수 있는 장면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내러티브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인간이기에 가능한 상상력과 톡 쏘는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눈에 가시화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신호들이 오고간다. 누가 알겠는가 그 신호를 잘 낚아챈다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희망을 이룰 수 있는 동앗줄이 될지도. 그리고 누군가 다른 곳에서 그런 인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지를.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시그널 (2014)

The Signal 
8.9
감독
윌리엄 유뱅크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로렌스 피쉬번, 올리비아 쿡, 뷰 크냅, 로버트 롱스트릿
정보
SF, 액션, 스릴러 | 미국 | 94 분 | 201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