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소녀괴담 - [리뷰] 곁에 있던 친구가 사라졌다

효준선생 2014. 7. 6. 07:30





    한 줄 소감 : 결국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었네
 





여름이 되면 극장가에 한두 편씩 걸리곤 하던 공포영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요즘엔 외국 스릴러 영화들 중에 다소 하드코어한 것들이 공포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시즌이 왔다는 건 한국형 공포영화의 내습이 이어질 때 실감할 수 있다. 올해는 몇 편이나 선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초여름을 우선 공략한 영화는 소녀괴담이다. 제목만 봐서는 여고괴담의 아류인가 싶기도 한데 남녀 공학에서 벌어지는 일들인지라 공학괴담이 맞겠다.





영화 소녀괴담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남학생이 화자(話者)로 나선다. 그가 어떻게 그런 초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억지스럽다. 대대로 신과 더불어 살았다는 그 집안의 내력 같은데, 한국에 있는 가족 중에 노총각 삼촌뿐인지라 그의 배경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극 흐름과 별로 상관이 없다. 대신 그가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 초등학생 때니 심적인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남학생에겐 세상에 모든 잡다한 귀신이 보이는 게 불편한 모양이다. 동그란 장신구 같은 걸 가지고 다니는데 근처에 귀신이 있으면 알아서 팽팽 도는 걸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귀신이 등장하면 호러 분위기로 넘어간다. 어린 시절 같은 반 친구 아영의 사고사 이후, 죄책감을 갖고 살던 그가 아영의 집을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나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또 다른 여고생 귀신을 만나 마치 로맨스플레이를 하는 건 이 영화의 포지션에 대한 의문이다. 대체 맘 먹고 놀래 키겠다는 영화에서 고등학생 남녀의 소꿉놀이는 왜 그렇게 장시간 보여줄까





등락을 거듭하던 이 영화가 본연의 장르를 찾기 시작한 지점에는 과거의 어떤 일들과 연관이 있다. 이젠 다양한 영화를 통해 소재가 된 학원 폭력과 왕따 문제가 다시 한 번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골의 작은 학교 안의 학생들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얼굴은 도시에서 온 아이보다 백짓장처럼 하얗고, 패션도 남부럽지 않다. 처음엔 이 학교 자체가 모두 공포 체험장이고 남학생이 헛것을 본다는 설정으로 알았을 정도다.





한 학생을 괴롭혀도 다수가 침묵하면 자기는 해를 입지 않는다는 인간의 이중성과 그렇게 당하는 데도 어디다 하소연조차 할 곳이 없다는 한 여학생이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폭력의 수준이라는 게 가히 놀라울 정도다. 특히 이 영화 제작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빨간 마스크(마스크는 흰 색이지만 입 주변에서 피가 나는 바람에 물든 것이다)의 전설을 재현한 것으로 만약 당사자라면 정말 참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분노를 다스리는 것 자체가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책이 되었다.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차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면, 결국 아무도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죄의식 따위는 느끼지도 못할 것이고 어쩌면 공동체 자체가 파괴될 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처럼 마치 혼령에 의해 기를 다 빼앗기고 과거의 잘못에 따라 응징받는다는 비현실적 조치가 아닌 애초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끌어야 했다는 뒤늦은 훈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에 누구도 왕따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중엔 왕따를 시키는 행위에 가담함으로써 자신은 해를 입지 않을 거라는 묘한 심리와 폭력행사를 거듭함에 따라 아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도 공존한다. 이 영화가 비록 강력한 훈계와 기존 학원 공포물에서 나왔던 요소들을 많이 답습한다고 해도 이 영화를 본 학생들에게 작은 공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던 중, 장년들이 “우리 때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큰일이야” 라고 하던데, 과연 남의 집 자식만의 문제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녀괴담 (2014)

7.7
감독
오인천
출연
강하늘, 김소은, 김정태, 한혜린, 박두식
정보
공포 | 한국 | 90 분 | 201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