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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번의 굿나잇 - [리뷰] 일나가는 엄마의 뒷모습

효준선생 2014. 7. 3. 07:30






   한 줄 소감 : 오프닝과 엔딩이 전하는 메시지가 참으로 조화롭다
 





가족들은 자신이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허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이라도 찍어 세상에 알린다면 이토록 무자비하고 처참한 광란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 때문에서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기자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천번의 굿나잇은 짧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종군기자와 현모양처라는 두 가지 할일을 두고 갈등하는 한 여성의 모습과 자기들의 소명의식에 따라 목숨을 바쳐야 하는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이 교차되며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자살 테러 폭탄을 몸에 두른 채 마지막을 기도하는 모습이 나오는 오프닝과 엔딩에서 다시 폭탄을 몸에 두른 채 마치 자신이 세상에 온 이유라도 되는 양 비장함 속에 거사를 위해 떠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대비되며 예상치 못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그 사이,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전쟁터, 분규 지역에서의 촬영을 위해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채, 몸의 상처보다 가족들로부터 받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눈빛 때문에 갈등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채워졌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언론계 쪽에서 그의 사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인정받지만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 그 사진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의 목숨 값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특히 이제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첫째 딸은 위험한 일을 하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못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또래의 심리를 잘 표현해 냈다. 다시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으면서도 자신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동질감이 드러났다. 





영화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며 작은 딸의 친구가 된다. 고양이가 바로 그녀의 처지로 치환되어 비유가 되고, 만약 목숨이 몇 개 정도 되면 그녀는 결코 종군 사진기자로서의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고양이의 실종과 연결지어 묘사했다. 고양이의 난데없는 사라짐은 결국 엄마의 부재를 의미하며 다시 돌아온 모습은 엄마의 존재를 나타낸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보다 일에 연민을 갖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가족의 일원보다 더 우월한 가치에 놓아두었고 그것이 뭔가 잘 못된 것임은 스스로 깨달아야 유효한 것임도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전쟁터나 분규지역에서 찍는 사진들이라는 건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지는 순간들의 찰나다. 그 찰나의 비극성이 극대화 될 때 사람들은 그 현상에 대한 좀 더 자극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비로소 사진의 진가는 발휘된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는 걸 두 눈이 아닌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였다면 그 역시 죽음을 말리지 못하는 자괴감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가 이런 사진들은 마치 기계적으로 카메라에 담아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갖는 순간, 사진 속의 비극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어차피 목숨 걸고 사진을 찍는 이유는 자신의 명망을 위해서가 아니겠냐고. 하지만 그녀의 모습에선 그런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던 말도 어느 순간엔 물 녹는 녹아 버렸고 ‘위험한 땅’에 도착하자 그녀의 눈빛은 예전처럼 빛이 났다.





딸이 말했다. 차라리 엄마가 죽었다면 그냥 슬퍼하고 말이지만 늘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그녀가 사진기를 내려놓는 순간이 어쩌면 그녀에겐 일단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타이밍 같았다.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혼자가 아닌 그녀에겐 못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터가 등장하고 사람 목숨이 달려 있는 긴박한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이 영화는 홈드라마의 확장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천번의 굿나잇 (2014)

A Thousand Times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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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릭 포프
출연
줄리엣 비노쉬,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마리아 도일 케네디, 래리 멀렌 주니어, 로린 카니
정보
드라마 |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웨덴 | 117 분 |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