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리뷰] 카툰은 내 모든 것

효준선생 2014. 7. 2. 12:00






   한 줄 소감 : 천부적 미적 감각과 상상력오감을 자극하다
 




영국의 카투니스트 랄프 스테드먼은 자신의 그림이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길 희망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다짐은 세상과 유리되어 개인적인, 혹은 주변의 일상을 화폭에 옮기는데 국한되었고 그 때문에 자신이 꿈꿔왔던 아티스트로서의 사명감은 조금씩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 만평가 또는 화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세상에 벌어진 일들을 한 컷 혹은 4컷 정도의 공간에 집약시켜 직유 혹은 은유하는 사람들.  시대의 아픔과 고민, 그리고 가진 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와 위트섞인 해학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많은 사람을 받고 있다.





영화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의 주인공, 그의 그림은 화폭에다 잉크를 내던지듯 한 줌 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은 잉크가 캔버스의 중심에 불규칙하게 퍼져 자리를 잡고 난 뒤 그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좋아라 한다. 마치 자신의 의도대로 안착했다는 무한한 신뢰의 신호다. 하지만 카오스 현상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잉크의 무늬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착지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는 활력을 얻은 듯 두 번째 붓놀림을 이어간다. 처음엔 추상적으로만 보이던 점과 선과 면이 묘하게 흩어지고 다시 뭉치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만의 화풍을 자랑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들은 누군가의 주문에 의해 제작되는 건 아니다. 그림 속 이야기도 누굴 의도적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가 그리고 난 뒤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마치도 말썽 많은 그 누군가, 그 어떤 사건을 미리 알아채고 그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그에게 천재 화가라는 칭호를 붙이며 상찬해 마지않지만 그에겐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에게 헌터 톰슨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그의 그림은  혼자만이 즐기는 기호품으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 럼 다이어리의 실제 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관찰자로 나선 영화 배우 조니 뎁이 연기했던 그는 곤조 저널리즘(취재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당시 객관적 기사작성이 주류였던 것에 비하면 파격이다) 의 주창자였던 그는 자신의 글에 필요한 삽화가 있다면 꼭 랄프 스테드먼에게 연락을 했다.





저널의 삽화를 그리면서 그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부패와 부정, 그리고 모순 투성이의 사회를 혐오했다. 그의 펜촉이 점점 날카로워 진 데는 분명 보다 더 강렬하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헌터 톰슨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 랄프 스테드먼의 그림들은 이제 화첩 안으로 들어갔다. 펜과 잉크, 물감을 적절하게 적어가며 동양화의 멋도 가미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한 번쯤 따라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펜과 붓, 그리고 입으로 물감을 뿜어대며 독특한 그림그리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경탄이다. 영화에선 3,4 번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데리고 있는 검은 개를 그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온통 검은 털의 개가 자신을 그린 그림을 은근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신기했다.





학창 시절 권위주의적인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그와 여전히 베일에 감춰진 사생활, 그림은 글에 부수하는 것이다라는 편견에 맞서 그림자체도 시대를 풍자하는 거대한 힘이라는 걸 보여준 어느 베테랑 카투니스트의 면면과 화면에 불쑥 튀어나오는 애니메이션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이 편안해 보이는 배우 조니 뎁과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영화 보니 나니 그의 그림 한 장 걸어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꽤나 비싸다. 대신 이 영화를 통해 마음껏 감상하고 마음에 담아두자.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2014)

For No Good Reason 
0
감독
찰리 폴
출연
조니 뎁, 테리 길리엄, 패트릭 고드프리, 리차드 E. 그랜트, 헌터 S. 톰슨
정보
다큐멘터리 | 영국, 미국 | 90 분 |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