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울프 앳 더 도어 - [리뷰]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다

효준선생 2014. 7. 2. 07:30






   한 줄 소감 : 공멸의 늪에 빠져 버린 사람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금은 한창 지구촌 축구전쟁으로 뜨거운 곳이지만 브라질은 오래전 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고 가보지 않은 마당에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어떻게 알겠냐만 2000년에 발생했던 한 여자아이의 유괴사건은 그 이후로도 상당한 여진을 남겼다. 보통 유괴사건의 배후엔 돈을 요구한다든지, 혹은 모방범죄에 인한 것들이 많은 데 그 사건엔 한 여자의 천추(千秋)의 한이 서려 있음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게 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지만 영화 울프 앳 더 도어를 보니 그 말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 브라질 최대의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의 어느 서민 마을, 돌봄 교사를 찾아온 아이 엄마는 아이가 어떤 여자의 손에 이끌려 그곳을 나갔다는 말에 아연 실색한다.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강력한 용의가로 끌려온 로사라는 여자. 그녀는 정말 아이를 데리고 간 유괴범이 맞을까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





아이가 사라진 사건에서 아이를 찾아내야 하는 다급한 시점에 영화는 아이가 있는 곳을 보여주거나 혹은 유괴범으로부터 협박 전화같은 게 걸려오며 실랑이를 하는 뻔한 설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로사와 아이 부모와의 과거 관계를 집중적으로 회상한다. 그리고 그 회상신은 시간 순으로 나열되어 있지 않다. 경찰과 대질 심문하며 털어놓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화면으로 전환될 뿐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상상하지 못할 충격적 장면들이 드러난다.





마치 곳곳이 개발이라도 되는 양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곳이지만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때로는 위험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대책없는 사랑의 결실로 누군가는 고민하고 누군가는 못된 생각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은 흉악한 것이고 그걸 당해야 하는 누군가로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이 아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상대가 있으면 주먹질이라도 하겠지만 그 마저도 할 수 없다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과 파국만이 남겨지곤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은 문 앞에 선 늑대라는 뜻으로 한 가정에 몰아닥친 위협정도로 의역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혹시라도 누굴 늑대로 비유한 것일까 고민스러웠다. 영화에선 모성본능에 대해 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눈으로, 그리고 사랑을 강제로 잃어버린 또 다른 여성에겐 남다른 엄마의 눈으로, 그리고 그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늑대가 될 수도 있다.





늑대로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은 없다. 무엇이 그토록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보여주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총기어린 눈빛이 늑대 소굴에서 살아남기 위한 애절함의 구원이었는지, 아니면 어른들의 잘못을 속죄해야만 하는 어린 양의 그것이었는지, 가슴이 헛헛해졌다. 



  


이 영화는 아이를 납치한 진범에게 법적 책임을 지라고 추궁하지도 않는다. 그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률과 그 테두리 안에서 구속할 수 있는 무형의 것들만 열거할 뿐이다. 그러나 그 누가 그(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혹여 누군가는 자업자득이라고도 말할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했기에 당해도 싸다는. 하지만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쉽게 나올 말은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서로 뒤엉킨 채 선악을 구분하기가 모호하여 명쾌한 재단을 할 수 있는 게 아닌지라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울프 앳 더 도어 (2014)

A Wolf at the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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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르난도 코임브라
출연
린드라 릴, 밀헴 코타즈, 파비울라 나쉬멘토
정보
드라마 | 브라질 | 100 분 |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