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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딜 - [리뷰] 함께 쓰는 물건, 소유인가 공유인가

효준선생 2014. 6. 30. 07:30






   한 줄 소감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땀의 노력, 카메라가 담아내다
 





작년 연말 철도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내건 슬로건은 민영화 반대였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인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지했던 건 민영화가 가져올 폐해가 정작 돈 많아서 아무리 요금을 올려도 상관없는 부자가 아니라 얇은 지갑을 더 홀쭉하게 함으로써 인상쓰게 될 서민들에게 있기 때문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그 이후 정치권의 생색내기 중재들을 거쳐 지금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고, 노조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 중이다. 당시 민영화라는 세 글자가 마치 어느 여배우의 이름마냥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포진했던 걸 보고 쓴 웃음을 지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럼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민영화는 얼마나 나쁜 것일까 영화 블랙딜에선 한국의 전방위적인 민영화 추진 움직임을 고발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 보다 이해하기 쉽게 꾸며놓았다. 이 영화엔 다양한 분야의 민영화 사례들이 등장한다. 교육, 의료, 연금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물과 전기, 그리고 철도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작진은 막대한 취재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감행한 해외 취재로 다양한 취재원을 등장시킨다. 사실 자신의 안위라든지 명예를 생각하면 여기에 나오면 안될 만한 입장에 서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 걸 보면 해외 코디네이터들의 공이 큰 셈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물기업의 전직 경영자의 경우,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로 수감까지 되었던 자인데 그가 나와서 여전히 물기업으로서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부분에선 얄밉기 까지 했다. 물론 이 영화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도 등장한다. 다수가 입을 모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민영화의 주춧돌을 놓은 장본인이라고 지목하는 그,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외국을 돌아다니며 코리아 세일즈를 하는 그녀. 도대체 그들 마인드에 민영화란, 단순히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윤을 챙기는데 없어서는 안 될 방책이란 생각뿐일까 심지어 알짜 기업부터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대체 어느나라 장관이란 말인가.





효율이나 이윤극대는 국가 전체 살림살이로 보면 나쁜 말만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 자본이 들어와 헤집어 놓은 그들만의 법칙을 되돌려 놓기에 지불해야 하는 비요, 그 동안 별 도리 없이 내라면 내야하는 요금, 수수료등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은 누가 대신해 준다는 말인가. 공공재는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적자는 감수하고서라도 존속해야 한다. 잠시 왔다가는 특정 정권의 이득이 아닌 오랫동안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는 수많은 서민들의 최소한의 받침대 역할이다. 간신히 딛고 서있는 그 받침대마저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사유화 시켜버리는 건 발로 툭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영화 찬성론자들이 해외 성공사례로 쉽게 인용하는 일본과 독일의 민영화 현장을 돌아보고 여전히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의 난맥 상은 어쩌면 몇 년뒤 우리가 겪어야 할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최근 발생하는 각종 대형 사건 사고들을 모두 민영화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하는 사람들도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윤의 극대화를 반대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 변변한 경쟁자도 없는 독과점 산업에 굳이 민간자본을 투입시키고 향후 그들에게 헌납할 생각이라면 그 후유증은 대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어쩌면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마음껏 누리지 못할 때가 올 것 같다.





대동강 물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을 검은 거래의 주모자로 비유하기엔 그에게 좀 미안한 감이 든다. 왜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것에 그토록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건지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축구잘하는 아르헨티나의 이면도로의 아저씨...






블랙딜 (2014)

BLACKDEAL 
9
감독
이훈규
출연
정태춘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7 분 |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