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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은 친구들 - [리뷰] 산산이 부서져도 빛날 이름이여, 벗

효준선생 2014. 6. 26. 07:30






    한 줄 소감 : 주지훈이 독하게 나섰다 + 이광수는 달리기만 잘하는 게 아니었네
 





작년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미필적 고의에선 역할을 바꿔가며 출연하는 한 남자를 두고 상대적으로 가진 것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키고 그로 인한 웃음을 유발했다. 이렇게 자신의 행위가 범법행위라든지, 혹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임을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런 미필적 고의와 고의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범죄 행위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보험사기다. 그 때문에 사정인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영화 좋은 친구들에선 바로 이 부분이 이야기의 결정적 단초가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남성, 80년 생으로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다 했으니 공히 서른 다섯인 셈이다. 한 명만 일가를 이루고 나머지 둘은 각자의 방식대로 산다. 물론 비슷한 처지다. 한 명은 소방공무원, 나머지 둘은 보험회사 영원사원과 소규모 물류업을 하고 있다. 그런 세 친구의 일화는 그들이 중학교 졸업식을 앞둔 어느날 산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던 중 조난을 당하며 그들의 각각의 성격과 관계, 그리고 그날의 오해가 불러온 한 친구의 기억을 뚫고 들어간다.





현태, 민수와 인철는 유난히 가족애를 챙긴다. 특히 부모들에 대한 감정이 유별나다. 그들이 산에서의 사건 이후 어떤 길을 걸었는지, 각각의 가정사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불법 오락실을 하는 현태의 부모를 중심으로 삐거덕거리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심화시키며 이야기를 증폭시킨다. 사실 현태와 부모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그럴만도 해 보인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인철은 친 자식 이상으로 현태 부모에게 잘하고 그가 하는 일과 불법 오락실이 만나는 지점에 바로 보험 사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친구로서의 관계가 틀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보험사기와 엮여 있는데 실상은 아무도 그 후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하던대로 했으면 좋으련만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일부러 오락실을 강도피해로 위장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상 사건이 벌어진 과정에서 묘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분명 직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결탁해 사건을 만들어가던 중인데 그(녀)는 왜 위협을 느꼈을까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보이지만 그 때의 심경의 묘사는 이 영화에서 방향을 제시할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세 친구 사이는 최소한 그들 사이엔 믿음같은 것이 존재했다. 설사 드러나지 않는 위태로움이 존재했다고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고 있지만 겉으로는 분명 그랬다. 그래서 늘 죽마고우라고 했지만 언제쯤 이들 사이에서 발아된 일종의 배신같은 감정들. 피를 나눈 형제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판국에 과연 영원한 친구란 존재할 수 있을까 늘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고는 있지만 믿는 척인지 아니면 애초 믿지 않았던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 중심에는 인철이 있다. 나머지 두 친구와는 달리 세태에 상당히 영합하며 살고 있고 없이 살면서도 있는 척을 한다. 가장 화려한 언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사기성 같은 것들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헌태의 딸이 자신의 생일날 친 부모나 민수가 아닌 인철을 유난히 따르는 모습도 그가 사람을 잘 끌어당기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인물임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균열의 조짐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물론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과 모색이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그래서 잡히느냐 마느냐의 부분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진범을 가리고 그 범인 잡기에 속도를 높여가는 범죄 액션물이 아닌 인간관계에 대한 딜레마를 고민하는 드라마였다.





거의 평생을 친구로 살았지만 진실이 드러나면 결국엔 그 평생의 우의는 배신감으로 변할테고 그런 상황에선 법정 최고형이 문제가 아닌 믿음에 대한 실망감이 그들 사이에 놓여지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지배했다. 한때는 죽고 못 살 것 같은 친구 사이였지만 어쩌면 하늘이 그런 우의를 시샘한 모양이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런 친구 하나 있었나. 기억이 가물거린다.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않겠냐는 논어 한 구절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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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적인 장면 : 민수 역의 이광수는 여러차례 기억에 남는 시퀀스를 선사했다. 자책감에 가게 셔터에 머리를 찧는 장면, 장례식장에서 현태 딸의 관심에 매몰차게 대하는 장면, 실제 깨진 유리병 조각에 발을 다치고도 감정이 폭발하는 연기를 한 장면들. 그를 다시보게 했다.     







좋은 친구들 (2014)

9.3
감독
이도윤
출연
지성, 주지훈, 이광수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14 분 |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