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 - [리뷰] 내 그림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효준선생 2014. 6. 27. 07:30






   한 줄 소감 : 미술사 공부를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선 인상주의 화파들이 득세를 했다. 기존의 화풍과는 다르게 빛과 색감의 조화를 중시했고 자연에서 얻은 미술적 영감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심어놓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여러 인상파 화가등 중에 마네를 가장 앞에 두는 건 그의 나이가 가장 많았던 이유도 있었고 당시 그림을 그리면 살롱에 출품해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소위 화가로서 출세의 지름길이었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으로 그들의 심기를 거스려가면서 결코 자신의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네를 두고 후배들은 인상파의 시조라 일컬었다.





학창시절 미술의 역사를 공부하며 마네, 모네, 드가, 피사로, 르누와르등의 이름을 열거하며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감상조차 못한 채 암기에만 열중했던 게 바로 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토 모리조를 보며 들었던 후회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네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그와 교류가 있었던 한 여자 베르토 모리조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미술책에도 소개되지 않았고 이태껏 들은 바도 없다. 대체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걸까





흔히들 누구의 뮤즈라는 이름으로 거장에게 있어 어떤 작품적 영감을 준 어린 여성을 지칭하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도 마네의 뮤즈라 하며 그녀를 말하지만 실상 그녀는 독립적으로 활동했던 여류 화가이기도 하다. 물론 9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작품 활동을 위한 만남 그 이상의 관계였는지는 영화에선 알 길이 없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미 유부남이었던 마네에게 그녀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화중지병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다른 모델과 달리 유난히 그녀를 그린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제비꽃 장식을 한 모리조라는 작품도 역시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었다.





무엇이 마네로 하여금 그녀를 모델로 캔버스의 주인공을 삼았는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걸쭉한 로맨스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것도 아니었다. 모리조의 집안도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며 전쟁을 거치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여장부같은 풍모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모리조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점이 혹시라도 마네 때문은 아니었는지, 영화에서처럼 언니와의 삼각관계 모드에 부담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는지, 정실 부인을 옆에 두고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모리조의 그림 솜씨가 같은 화가로서 경쟁자이자 후배라는 생각때문이 아니었나 고민하게 된다.





그림 볼 줄 모르지만 소개된 마네의 작품과 모리조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검은 색을 많이 사용한 모네의 그것에 비해 모리조의 작품은 보다 자연에 가까운 뭔가가 들어가 있다. 영화에서 마네는 모리조의 그림을 봐주며 이런 저런 조언도 많이 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림이 갖고 있던 핸디캡들 때문에 고민하는 장면도 있다. 비록 비슷한 시절 함께 활동하던 다른 화가들, 드가, 피사로, 모네들에게 그의 작품이 영향을 끼친 것은 맞는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의 선택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렇게 한 부류의 미술가가 활동한 시절, 그 안에서의 베르토 모리조의 역할은 분명 작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엔 그녀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미술사에서 그녀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여류 화가라는 이유와 작품을 대중 앞에 내보이며 평가를 받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뿐 아니라 자신의 멘토가 되는 사람과의 아슬아슬한 인간관계에서 그저 피사체가 아닌 동등한 개체로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어느 여류 화가의 일생을 들어본 좋은 계기를 선사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가듯 소개되는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훌륭한 성찬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르토 모리조 역할을 위해 먼저 제안했다는 마린느 델테르메, 마네의 그림 속 인물과 상당히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