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反戰의 의미는 알겠지만 피해 당사국의 아픔도 보듬어줘야... |
전쟁하면 결코 한반도 이 땅을 떼어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특히 살아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근 시기 전쟁으로는 한국전쟁도 있지만 그 전 무려 36년 동안이나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시달렸던 그때, 우리의 조부모 세대의 이야기엔 안타까움과 두려움, 그리고 민족의 정신을 빼앗기며 살아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서 건강하지 못한 오늘을 간헐적이고 지속적으로 쑤시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조금 시각을 돌려보면 정작 전쟁의 주범이자 역시 패전국 신세를 면치 못한 일본에서의 민초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부자는 죽어서도 3대는 간다하지만 그건 많이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없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들의 삶 역시도 곤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건 영화 반딧불이의 묘를 보면서 전쟁은 헤게모니를 쥔 자들의 영토확장 욕심에 휘둘려 개인의 안위는 돌아볼 수 없는 최면의 상황에서 살육의 현장으로 내몰리는 대다수의 서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행위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전쟁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명령을 내리는 자와 그걸 수행하는 자간의 신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제 아무리 승전국이라 해도 죽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걸 대신해주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45년 8월 무조건 항복을 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주로 동 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무수한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약탈해가며 살찌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인 모두가 수혜자인 것도 아니다. 전쟁이 격화된 40년대 이후, 그들이 광분하면 할수록 무고한 사람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는 공습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와 이재민들, 주인공인 세이다와 세츠코 역시 전쟁이 남긴 상흔의 아이콘이다. 그들 부모의 역할도 이미 언급한 것에서 다름 아니다. 나라의 명령이라 참전했고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이 전개하는 전쟁에 대해 주입된 당위성을 곱씹고 있다. 엄마와 집을 잃은 남매를 돌봐주던 아줌마의 대사에 그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미 1988년에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지브리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한 차례 개봉이 무산된 바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영화의 배경이 안고 있는 우리와의 걸끄러운 역사적 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당시 전쟁의 불가피성이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만든 선동성 영화가 아니라 맹목적인 전쟁으로 말미암아 개인이 감수해야할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어린 남매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피력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현실, 주변엔 시체가 나뒹굴고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넘쳐사는 세상에서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눈칫밥이 싫어 움집같은 곳에서 서리등으로 연명을 하는 남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희망의 빛이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이 점점 현실화되는 장면들을 보면서 느꼈던 슬픔은, 어차피 같은 시기 비슷한 고통을 견뎌야 했던 우리의 조부모 세대와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되는 점을 집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 후로 수십 년, 우린 다시금 한국 전쟁을 겪어야 했고 일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특수를 누리고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으로부터의 원조로 한발 앞서나가게 된 아이러니를 차치하고서라도 다시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도 이 땅에선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지게 한다.
남매의 아련한 장난같은 피난살이가 애틋하다. 어린 세츠코가 반디불이를 묻어주고 왜 이렇게 단명하냐고 묻는 장면에서 그 어린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건지, 아무데나 널부러진 시신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홈 스위트 홈을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니, 전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마저도 왜곡시켜버리는 무서운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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