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리뷰] 나이는 사회가 주는 숫자?

효준선생 2014. 6. 19. 07:30






    한 줄 소감 : 한 사람의 인생에 현대사가 담겼네
 




스웨덴 사람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일약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었고 지금은 세계 석학들이 평생 한 번 받아보고 싶어 한다는 노벨상을 만든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만든 이 폭탄으로 말미암아 구식 전쟁은 끝이 났고 대량 살상의 빌미를 가져왔으니 평화상이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다소 생뚱 맞는 이야기다.





스웨덴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원작 소설로도 이미 유명한 작품으로 영화는 소설의 근간이 되는 여러 에피소드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이 영화가 노벨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을텐데, 이 영화가 바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에서 촉발된 어떤 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100세면 지금부터 따져 대략 21세기 초반에 태어난 알란, 물론 스웨덴 남자로 나온다. 어릴 적부터 폭약을 가지고 노는 취미가 비상했다. 엉뚱한 사고를 치면서 가면 안될 곳까지 다녀오는 수모를 겪고도 그의 폭약 사랑은 인생을 거치면서도 끝이 없다.





영화는 그가 역시 폭약으로 동물을 희생시켰다는 이유로 인해 노인요양원에 수용된 장면에서 시작한다. 막무가내로 그곳을 나와 이름 모를 마을로가는 기차를 탄 그, 말뿐인 驛舍를 지키는 남자와 중간에 들고 나온 돈가방을 끌고는 먼 길을 나설참이다. 이 영화는 발길 닿는 데로 어디로든 가고 싶다는 어느 노인과 우연을 빙자해 만나게 되는 세 명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자의 로드무비다. 당연히 풍광좋은 스웨덴의 이곳저곳을 보너스로 보게 되고 운 치고는 정말 좋은 그들의 에피소드 앞에서 포복절도할만한 웃음을 준다. 도저히 100세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는 완력과 아이디어가 곤경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역전시킨다.





물론 그들을 찾아 헤매는 요양원으로부터 실종신고를 받고 나선 경찰, 그리고 돈가방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조직원들의 압박도 그들에게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엄청난 액수가 든 돈가방도 그들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애물단지로 본다. 말 끝마다 지금 100세니 얼마 못산다며 궁시렁거리는 알란과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알아서 나가떨어지는 운 없는 악당들의 해프닝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또 있다. 바로 알란이 평생을 겪어온 경험이다. 스페인의 독재자인 프랑코와 소련의 스탈린, 미국의 트루먼등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중간에 노역을 해야 하는 장면, 그리고 성기를 절단당해야 하는 장면,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이중 스파이로 살아야 했던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히 시대적 인물들과의 억지스런 조합뿐만이 아니라 소위 현대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을 통해 알란이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가 실제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효과를 낸다. 특히 통일 독일의 과정에서 알란의 공이 있었다는 점은 그 정점이다.  



   


이렇듯 현재의 노인, 그리고 과거의 회상 신들이 엇갈리며 한 인물의 회고록을 보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하는데 우리로서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었던 김일성의 등장은 이번 영화에선 나오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무려 100년을 살았고, 현대사의 중요한 포인트에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구성은 단순히 웃고 말 일은 아니다. 겨우 100년도 안된 역사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아니 아예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요즘 세대들에겐 좋은 역사책 이상의 효과를 준다. 알란이라는 할아버지는 아직 정정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누구를 만나 현대사를 조정해갈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50대 중견 배우가 1인 2역을 해냈고 노인 분장을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고 한다. 특히 과거 회상씬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며 조금씩 늙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한 가지 분장만으로 해결 가능한 현재의 이야기때보다 더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간만에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 한편이 나왔다. 인생은 60부터라 하지만, 이 영화 주인공을 보니 그말도 차마 꺼내지 못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4)

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9.6
감독
펠릭스 헤른그렌
출연
로베르트 구스타프손, 이바르 비크란더, 데이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거, 알란 포드
정보
어드벤처, 코미디 | 스웨덴 | 114 분 | 201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