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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 [리뷰] 그녀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네

효준선생 2014. 6. 20. 07:30






   한 줄 소감 : 모나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
 




지난 세기 50년대 초 헐리웃에는 우아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여배우가 한 명 등장했다. 이름하여 그레이스 켈리, 그녀는 몇 편 안되는 영화를 통해 차츰 명성을 높여가다 갈채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녀의 동화같은 결혼 소식은 그녀의 영화보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모나코 공국의 레니에 3세와의 결혼. 일설에는 당시 유명한 배우들이 그의 결혼 상대자로 지목되었지만 결국 그 한자리는 그레이스 켈리의 차지가 되었다.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그녀가 은막을 떠나 남부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인 모나코의 왕비가 된 후, 아이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던 어느날 유명한 감독 히치콕의 영화계 복귀와 관련된 러브콜을 받으며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말았다. 이 영화는 이때부터 약 1년 간의 그녀의 주변을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 당시 모나코라는 정말 작디 작은 나라의 명운을 들여다는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이야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함부로 병탄하고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당시엔 그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군대도 가질 수 없었던 모나코에게 가장 위협이 된 나라는 다름아닌 프랑스였다. 지금의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로 인식되어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기피할 것 같은 이미지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몇 십년 전만 해도 북아프리카의 나라들과 엄청 싸우던 때였다. 그러니 그 지중해를 사이에 두 채로 사이에 낀 모나코 같은 나라는 언제든지 제 나라 영토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인기 여배우의 자리를 박차고 백마탄 왕자님의 프로포즈를 받고는 왕비랍시고 와보니 남편 하는 말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니 그녀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모국인 미국에선 다시 배우로 나타날 그녀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듯 하니 그녀로서도 애매한 입장이다. 이 영화엔 그런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은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가 된다.





이 영화가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이고 오프닝 타이틀을 유심히 보면 프랑스 유수의 배급사 로고가 뜬다. 그런데 내용은 즉,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드 골을 마치 탐욕의 화신처럼, 모나코는 풍전등화 앞에서 쩔쩔매는 그런 나라로 그렸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오로지 그레이스 켈리 왕비에게 맡겨두었으니 당시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렸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먼 유럽의 작은 나라 왕비만의 이야기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한창 잘 나가던 여배우나 아나운서가 갑자기 은퇴를 하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사례, 그녀들의 직업이 좋은 시집으로 가는 발판 노릇은 했는지 몰라도 그녀의 행복한 결혼 생활까지 보장해준 것은 아니었다는 예가 수두룩하다. 그레이스 켈리의 사례와 비견될 수 있는지 몰라도 유명하다는 이유로 간택받는 다는 사실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해석으로 인구에 회자되며 시달려야 한다는 것들이 진정 행복한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당시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을 보며 질투 반 부러움 반의 시선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세기의 결혼이니 뭐니 했겠지만 마치 조롱에 갇힌 파랑새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 본다. 왕족출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모나코의 관습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는 힘든 왕실 생활을 한 것으로 나온다. 이미 고인이 된 그녀의 전성기때 사진을 보니 참으로 우아해 보인다. 사람은 자신의 이름대로 사는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영화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사들이 많이 나온 주교와의 대화 장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2014)

Grace of Monaco 
8.7
감독
올리비에 다한
출연
니콜 키드먼, 팀 로스,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파커 포시, 파즈 베가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 103 분 | 201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