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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국인 친구 - [리뷰] 서로의 소중한 것에 갇히다

효준선생 2014. 6. 18. 18:05





   한 줄 소감 : 선뜻 와닿지 않는 제목, 몽롱한 주제의식
 




글을 쓰는 사람에게 영감은 어느날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영감을 만나기 위해 평소에도 세상에 있는 모든 것과의 만남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자신의 꿈까지도 좋은 소재가 되곤 하니 그 극심한 촉은 수 만 가닥으로 갈라져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셈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그림을 보는 게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도 찰나의 스치는 기분은 이야기의 확장성을 담보하기도 한다.





작가의 글쓰기 압박을 다룬 영화들이 꽤 있다. 대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발버둥치며 부리는 광기가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영화 미국인 친구는 한 폭의 그림을 놓고 벌어지는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그걸 해소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위안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현실과 주인공 작가의 소설 속 이야기와 맞물리는 액자 구조의 구성을 하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남자의 역할이 현실과 소설 속 화가로 겹치면서 중간 부분에선 다소 헷갈리기도 한다. 그럼 이 영화에서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그림은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미국 정보국 요원 피터는 중국인 부호로부터 받은 그림 한 점을 한국에 팔기 위해 내한한다. 알고 지내던 여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팔았는데 그 그림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그런데 그 그림 이야기는 도로 그 그림을 산 여자 작가의 소설 속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피터는 소설 속에선 화가로 등장한다. 문제는 두 배역의 시각적 차이가 전혀 없기에 방금 그림을 산 사람에게 작가라고 호칭을 하며 화면이 전환되면서 오는 혼란이었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는다. 뭔가에 아쉬움을 느끼는 처지때문인 모양이다. 피터는 현재 재정적으로 쪼달리고, 누군가로부터의 미행을 의식하는 처지다. 그를 돕는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한다. 작가 지윤은 좋은 작품을 써내지 못해 혼자 전전긍긍하고 부부관계도 그다지 원만하지 않다. 주요 캐릭터들의 우울함은 오롯이 지윤의 소설 속에 담겨져 있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 그림의 소재와 현실에서의 그림의 소재가 모두 분실 위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을 전환할 수 있는 그림 한 폭이 여러 사람의 처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 그림이 관객들에게 자세하게 보여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이유로 더 궁금해졌다. 어찌 되었든 영화 전반을 아우르던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림 한 폭이 주는 영향은 지대했던 모양이다. 서서히 각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엔딩은 감독이 원했던 일그러진 현상의 정상화 정도로 이해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국인 친구 (2014)

An American Friend 
5.3
감독
성지혜
출연
남성진, 황금희, 배정화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한국 | 85 분 |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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