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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 [리뷰] 편의점은 인생의 축약본

효준선생 2014. 6. 18. 07:30





   한 줄 소감 : 더할 나위 없이 재기발랄한,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형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긴 뒤, 그것은 한국인의 일상을 압축시켜 놓은 공간이 되었다. 이른 새벽 노동일을 나서는 사람들의 목축임의 우유 한 잔부터 공복으로 출근 후 김밥 한 줄로 한 끼를 때우는 직장인들,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또 한 끼를 해결하는 학생과 취업 준비생들까지. 여기에 간간이 들어와 손님들의 코를 틀어막게 하는 노숙자와 밤 늦은 시간 갈 곳 몰라하는 취객들까지. 24시간이 모자르다는 말은 어느 가수의 교성이지만 실상은 편의점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렇게 꺼질 줄 몰랐던 편의점의 형광등이 꺼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사람도 좀 살고 보자는 제스처가 시작된 것이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얼핏 보면 청춘들의 성장담 같기도 하다. 현실도 그렇지만 편의점 단기 노동자들은 대개가 20대 초중반 젊은 사람들이고 영화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노인들이 계산대에 서있으면 일부러 안간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스무 평정도 되는 편의점을 지키는 젊은이 말고도 이곳을 찾아오는 부류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깔끔하게 계산하고 나가는 신사양반도 있지만 소위 개진상을 떠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있기 마련이다. 아직 사람을 응대하는데 서투른 그들로서는 버겁기 짝이 없는 노릇이고 그것 때문에 그만두는 일도 많다.





이곳에서 일하는 면면들은 다양하다. 극적 효과를 위해 무려 8명이나 카운터 앞을 지키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이 겪고 견뎌내야 하는 에피소드들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편의점에 대해 오랜 분석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그렇게 짜놓은 이야기 하나하나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관이 있다. 마흔 명이 넘는 배우들은 눈에 띄지 않게 반복 출연도 감행했고 어떻게 하면 편의점의 모든 것을 담아낼까 고심한 흔적도 역력했다.





전작인 줄탁동시 등을 통해 소위 문제적 작가주의 영상 편집자로 평가받았던 김경묵 감독은 어쩌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즐거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옴니버스 영화라는 게 대개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별개의 감독들이 손을 때 찍고 나중에 겹쳐 놓는 방식인 반면 이 영화는 오로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10여개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의 분신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 영화엔 주로 피고용자인 단기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갑을 관계의 갑의 위치일 거라 생각한 편의점주의 황망한 이야기도 상당한 울림을 준다. 각종 매체의 보고를 통해 이미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알력은 잘 알려져 있지만 현행 법보다도 앞서 본사가 들고 온 계약서 한 장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장면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이렇듯, 작은 공간이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가고 그들 사이에 지불과 계산이라는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 낼 수 있다면 이 영화의 공이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감정의 교류라고 나이브하게 이야기할 수만은 없다. 때로는 공포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인정도 넘치는 그곳을 일컬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 영화엔 여러 명의 미래의 청춘스타들이 등장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배우들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며 이 영화의 초반부 분위기를 다잡아준 걸그룹 헬로 비너스의 멤버인 유영이 눈에 띈다. 단발머리의 그녀는 젊은 시절의 최진실과 조안을 섞어놓은 분위기인데, 똘똘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워워..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ㅋㅋ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

Futureless Things 
10
감독
김경묵
출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연, 안재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