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브 생 로랑 - [리뷰] 사랑은 그의 예술혼의 절반

효준선생 2014. 6. 17. 07:30






   한 줄 소감 : 화려한 패션업계와 천재 디자이너의 조울증을 잘 대비시키다. 
 





한 번 태어나면 저 정도 외모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영화 이브 생 로랑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월한 기럭지에 균형 잡힌 옷매무새, 어딘지 우수에 차 보이는 표정까지, 예술인의 면모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세기 60~80년대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프랑스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화양연화가 시작되었다.





1957년 크리스찬 디올의 사후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약관의 그가 책임 디자이너로 선정된 데는 그 만큼의 재주가 세상을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디올 분위기를 계승해 선보인 첫 번째 오트 퀴트르에서의 성공적인 데뷔이후 그는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남성으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연이어 입대 통지서는 그를 침체기로 몰아넣었고 디올에서의 해고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보인 론칭 쇼, 비록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분명 새로운 패션 브랜드의 상륙을 선포한 셈이다.





유명한 인사의 자서전 같은 이 영화는 정확한 고증이 아니었다면 만들어 내기 힘들 정도의 사회적 편견도 담겨 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 사이의 동성애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면 이 영화는 그런 측면에서만큼은 자유롭지 않다. 그렇게 유명했던 디자이너에게 남자파트너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이 영화가 자체가 그의 증언이 부재했다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핍진하다. 그가 바로 이브생 로랑의 평생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연애담도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는데, 물론 그 외에 4번에 걸친 패션쇼엔 실제 이브생 로랑이 만든 작품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요즘 패션 트렌드와는 좀 동떨어진 모습들이지만 당대 최고의 셀렙들에겐 가져야 할 일 순위 품목들의 옷이었다니 눈요기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옷들을 유심하게 보면 확실히 이브생 로랑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디올의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도 여성스러움과 클래식함, 아방가르드함이 공존하는 그의 디자인은 자신만의 이름값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탐했던 작품에 준하는 옷들을 만들기 위한 그 이면에는 그 만이 가지고 있었던 외로움이라든지, 혹은 사회 부적응이라든지 하는 병적 소견이 보였다. 수많은 갤러리들과, 아름다운 모델 속에서 부유하듯 살아온 그에게 외로움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영화 속 그의 모습은 그러했다.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파리에서 활동했지만 알제리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도 극복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쉽게 마약에 접근하고 쉽게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 그저 조울증 환자였다는 설명만으로 그를 이해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하늘은 그에게 무봉천의(無縫天衣)의 재주를 주셨지만 그에 비해 또 평생을 시름해야 하는 부담도 주신 셈이다.





2008년에 이승을 떠난 그의 실체는 이미 세상에 없다. 그가 만들어 남긴 옷들과 그를 기억하는 주변의 지인들이 그를 기억할 뿐이다. 이 영화는 브랜드로서의 그의 이름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그를 이해하기 위한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등장하는 모델도 지금처럼 길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매력적이엇다. 





이브 생 로랑 (2014)

Yves Saint 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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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릴 레스페르
출연
피에르 니네이, 기욤 갈리엔, 샬롯 르 본, 니콜라이 킨스키, 주디 비처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06 분 | 201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