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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랑스인 김명실 - [리뷰] 어른들의 결정, 시간이 흐른 뒤 누구는...

효준선생 2014. 6. 13. 18:00






   한 줄 소감 : 한국으로부터의 해외 입양에 대한 담담한 진술, 울림이 있다. 
 

 





한국인들처럼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한 민족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우선 성씨체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강력한 부계(父系) 시스템 하에서 형성된 한국인들의 성씨는 그 앞에 본관(本貫)이 붙으면서 혈연에 지연을 합친 독특한 공동체 의식을 만들었고 그들끼리의 결속력은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아들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 때문에 씨받이를 들여서라도 기어코 대를 잇고자 했던 과거의 사례를 보면 여성 쪽의 성씨는 무엇이라도 상관없고 그 집안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목적에 매달려왔다.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그 여자가 그 집안에 새롭게 편입되는 것도 아니었다. 소위 좀 난다긴다하는 집안에는 족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안엔 여성의 이름은 올라가지도 못했고 특히 첩의 자식을 의미하는 서얼의 경우는 적자와 비교해 상당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해외입양이 활성화 된 시기로 보는 60년대 이후로부터 따져 그 이전에도 상당수의 입양과 입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대개는 같은 성씨나 혈연관계에서 보충적으로 이뤄진 것들이지 소위 ‘뉘 집 씨인 지도 모르는 아이’를 들이는데 호락호락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한국전쟁을 지나며 베이비 붐 세대를 이루고 자유연애가 빈번해지면서 세상에 태어나게 된 수많은 아기들이 축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여전히 고루하기만 한 집안 어른들의 이런 저러한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임신하거나 혹은 유부남과의 연애의 결실이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도저히 키울 수 없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는 사태가 바로 이 시기에 양산되었다.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입양하기 꺼려하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와 상대적으로 동양권 아이들을 입양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서양의 양부모들의 요구가 일치하며 한국으로부터의 ‘영유아 입양’이 붐을 이루었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영화 프랑스인 김명실은 바로 이 시기 한국에서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된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김명실은 한국 여권에 찍힌 그녀의 이름이고 외모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체성이다. 물론 한국어도 할 줄 모른다. 외모만 제외하면 완벽한 프랑스인인 그녀가 이 영화를 연출한 이지현 감독과의 인연으로 자신의 과거와 일상을 카메라 앞에 토로한 셈인데, 한국 근현대사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그녀가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에선 홀트 아동복지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해외입양, 꽤 여러해 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해외입양의 화두가 전해지기 까지 우리는 그저 사정이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이 한국보다는 잘 사는 나라로 가서 사는 것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막상 본인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았고 외모의 차이에서 오는 그 나라 국민들로부터의 은근한 차별은 막상 잘 알지 못했던 바다.





쎄실 들래트르 라는 프랑스 이름을 가진 그녀, 실제 나이가 마흔 중반이니 한국으로부터의 해외 입양이 피크를 이루던 시절 그녀도 프랑스 행 비행기를 탄 셈이다. 그런데 대개의 영화들은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친부모를 찾고 그럼으로써 다시 혈연의 뜨거운 정을 느낀다는 다소 신파적인 내용이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프랑스 현지에서 이미 적응한 채로 사는 그녀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적하고 미려한 프랑스의 풍광들이 배경으로 펼쳐지고 그 곳에서 피부색깔이 다른 그녀가 백인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들에서 자꾸 ‘과연 해외입양이란 얼마나 잘못된 걸까 비록 어른들의 선택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지금, 잘 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얼마 전 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에 절반 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답을 한 작금의 현실에서 이 의문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답을 구하지 못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영화 한 편으로는 재단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만약 비슷한 연배의 내가 해외 입양을 가게 되어 그 나라 국적을 갖고 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날 버린 친생부모에 대한 원망, 말도 문화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랑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어느 나라에 대한 동경 같은 것. 작년 그녀는 결국 한국을 찾는다. 만약 그녀가 다른 경우처럼 자신을 낳아 준 부모를 찾는다고 해서 그녀가 양부모에게 받은 사랑이나 감정이 결코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연은 얼굴 색깔이나 사는 곳이 아닌 서로의 감정 교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양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된 그녀의 늙은 양어머니가 그녀가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던 때를 상기하며 추억의 물건들을 꺼내놓았다. 당시 한국에서 유행했을 법한 붉은 색 계열의 스웨터와 목도리, 그리고 작은 장난감들. 영양실조로 추정되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증언하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그렁거렸다. 어쩌면 누군가의 삶에 어느새 동화되고 만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다. 그녀의 앞날에 축복을...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프랑스인 김명실 (2014)

Winter Garden 
8
감독
이지현
출연
쎄실 들래트르, 이지현, 구원영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4 분 |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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