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 [리뷰] 당신도 느끼고 싶나요

효준선생 2014. 6. 11. 07:30






   한 줄 소감 : 불감증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전하다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 1이 화제다. 실제 정사 장면이 삽입되었다는 둥, 이 영화 프리미어를 앞두고 이 영화의 출연 배우인 샤이아 라보프의 엽기적 행각이 언론에 주목을 받았었기에 더욱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는 성(性)컨설턴트의 몇 가지 사례와 소위 야한 동영상을 접목시킨 수준의 내용이었다. 삐딱한 시선을 말하자면 부가판권으로 풀리는 그렇고 그런 비디오 영상물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연출과 그를 믿고 따랐을 것이 분명한 몇몇의 이름값 하는 배우들의 용기 때문이었다.





그의 영화는 한 두 편만 보면 금방 눈치 챌 정도로 독특하다. 세계관도 좁아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관념론과 인공적 음향효과를 배제하고 자연음을 최대한 살려 넣고 간혹 생경한 메탈 사운드로 그 빈 공간을 채워 넣는, 또 대사에 의지하거나 기승전결 방식의 줄거리 흐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영화도 기실, 성(性)이라는 다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지만 조 라고 하는 한 여성의 성적 체험을 마치 철학이나 심리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케이스 스타디처럼 취급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정신적 유대감에 행복해 하던 소녀에게 성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성적 자극은 또래와는 또 다른 세상으로 그녀를 유도했고 자발적인 처녀 떼기를 계기로 만난 제롬이라는 남성과의 관계 유지는 이 영화의 주요한 줄기가 된다. 그와의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 그리고 헤어짐과 다시 한번의 조우등은 비록 그녀에게 그와의 사랑이 전부는 아니었다 해도 부정하기 어려운 나름의 사랑의 행태였다. 그녀에게 남성과의 성행위는 자신을 확인하는 거의 유일한 움직임이었다면 좀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최소한 그녀의 일상과 심리를 지배하는 것이 성이었다는게 맞다.





아마도 관객들은 거리에 널부러진 조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그녀로부터 그녀의 과거를 듣는 남성간의 이야기를 통해 저런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심지어 후반부에 이르면 반복되는 제롬과의 조우가 마치 그녀의 거짓말처럼 느껴지기 까지 한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이 영화는 반전 드라마는 아니었다. (볼륨 2의 엔딩은 모르겠지만) 성행위에 집착하는 수준의 화면 속에서 조는 주로 남성들에 의해 소모되는 장난감으로 인식된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행위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런다고 그녀 스스로가 얻고자 하는 무엇이 충족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열차 안에서 친구와 ‘누가 이 열차 안 남자와 더 많이 그것을 하는 지’ 내기를 하거나 오르가즘을 유지하기 위해 하룻밤에도 7,8 명과 성행위를 했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상대 남성에게 그녀는 돈 안받는 매춘부와 별로 다르게 여기지 않았을 것 같았다.





유부남과의 밀애와 그걸 눈치 챈 남자의 부인과의 요상한 말싸움에서 성행위를 주도하는 건 여자인 자신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같은 여자에게 그녀는 요부이자 남편을 빼앗아간 원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건 아내가 아이들을 대동하고 그녀의 집을 쳐들어와 아이들에게 “잘 봐둬라.” 라며 일장훈시를 하는 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사랑이 진정이 아님은 너무나도 쉽게 밝혀지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또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면 그만일 뿐이다.





그녀의 첫 남자이자 어쩌면 그녀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남자 제롬과의 반복되는 만남은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도대체 그녀에게 성행위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랑이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면 성행위는 몸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청소년 시기 뜨거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구 발산하는 데 집중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몸은 갈 곳을 몰라하는 부유물질처럼 보였다.   





워낙 다루는 주제가 그런 쪽이다 보니 화면에 드러나는 장면들도 화끈하다. 수많은 남성 성기가 스스럼없이 드러나고 실제 성행위로 유추되는 장면과 구강성교 장면들은 뿌옇게 처리를 했다하더라도 예상외로 강렬하다. 모델 출신의 스테이시 마틴이라는 신인 여배우의 몸은 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치부조차도 가리지 못한 채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으니 그녀에게 이 영화는 명과 암의 선택지인 셈이다. 이 영화는 완결편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울음섞인 고백은 님포매니악 볼륨 2로 바로 이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님포매니악 볼륨 1 (2014)

Nymphomaniac: Vol. I 
7.1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샬롯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샤이아 라보프, 크리스찬 슬레이터
정보
드라마 | 덴마크,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 118 분 |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