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이힐 - [리뷰] 조물주 등 뒤에서 서성거리다

효준선생 2014. 6. 8. 07:30





   한 줄 소감 : 형사로서의 그의 활극은 내적갈등의 표출인듯
 




여성들에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이라면 고급 백과 함께 높은 굽의 하이힐이 아닐까 한다. 그녀들은 말한다. 하이힐이 가진 상징성에 대해, 하이힐을 신음으로써 하체에 전체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며 여성미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무기라고. 더불어 남들과 비교해 작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 과시의 발현이라고. 옛날 왕족들이 높은 모자를 쓰거나 어깨에 잔뜩 충전재를 넣은 상의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이힐은 다른 어떤 아이템과 달리 여성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하이힐, 거친 형사와 조폭에 준하는 무리들의 대결전에서 난데없이 여성들의 상징인 하이힐을 제목으로 내 건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주인공의 이른바 성적 취향에 대한 상징과 비유 때문이었다.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가며 축재를 해온 허 회장 형제와 그들을 소탕하는 윤형사의 대결이 주요한 이야기거리가 되지만 사실 좀더 깊은 사유의 공간에는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심리적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사춘기 때부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고민해온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수술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될까를 고민했고 이제 그 마지막 결정의 순간만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형사라는 일에 대해서도 조금의 소홀함도 없는 그에게서 여성 취향이라는 건 상당히 언밸런스하다. 우리가 방송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그들의 행동양식이란 외모와는 상관없이 자잘한 행동에서 묘한 인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대 다수의 싸움박질에서도 결코 물러나지 않으며 온 몸에 철심을 박은 채 살아야 하는 아직은 남자인 윤형사에게서 과연 여성취향이라는 말이 합당하기나 할지 의아해졌다.





배우 차승원은 원래 톱 모델 출신이다.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장면도 상체를 노출시킨 근사한 몸매를 초 근접 촬영한 것들이고 그런 몸을 가진 상남자 스타일의 그가 왜 여자가 되려고 하는 지 못내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 속 캐릭터 윤형사와는 별개로 자연인 차승원의 이미지에서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을 한다는 다른 모델을 떠올렸다. 패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많은 부분이 여성적 감각이나 시각의 결과물로 승부를 하는 곳이다 보니 그들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이 영화엔 두 파트의 출연자들이 있다. 하나는 차승원과 같은 모델업계 쪽에서 일하던 셀렙과 배우들, 그리고 장진 감독과 인연이 있었던 SNL의 크루들이 조연과 단역들로 많이 출연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잔뜩 긴장을 하면서 보다가도 웃음기 많아 보이는 단역들의 출연으로 한숨을 쉬며 다음 장면을 기다릴 여유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칼과 주먹이 날아다니는 섬뜩한 살인 활극임에도 숨조차 쉬지 못하는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피식 웃은 장면은 허회장이 외국으로 튈 생각으로 자신의 여권을 들춰보는 순간이었다. 영문이름으로 “HEO BUL” 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아닌 동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걸 영화에선 병이 들어서라고 자책도 하고 조물주가 돌봐주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고도 한다. 신의 섭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그로인한 심리적 부담,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자책감은 비단 퀴어적 요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친구의 동생에 대한 애틋함으로 연결지어 놓았다.





이 영화에서의 싸움 장면은 작정한 듯 세게 나왔다. 무기라고 할 것도 없는 작은 물건으로도 여러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고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있을 것 같은 조직 안에서의 권력 다툼이란 신기루 같구나 하는 허망함도 선사했다. 크게는 두 가지 이야기를 윤형사를 중간에 놓고 이리저리 틀어가는 이 영화. 과연 충무로 최고의 입담꾼이라는 닉네임으로 처음 장진 감독 존재를 알았던 이후 생겨 버린 선입견만으로는 절대 이 영화의 연출자를 맞추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 무척 매력적이었다. 나올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의 블랙 코미디 같은 유머의 향연,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거친 남성들의 세계가 재미있다.    





그나저나 두 시간 내내 여자가 될까 말까 고민하던 윤형사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세 네 차례 여장을 해가며 자신의 아름다운 여성미를 뽐내던 그가 없애야 할 자들을 빗자루로 쓸어버리듯 제거한 후 남은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이 영화는 차승원의 원 톱 영화기도 했지만 등장한 거의 모든 조연들의 캐릭터가 뭉개지거나 출연하나 마나해보이지 않았다. 짧은 등장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배우들이 많다. 그들을 체크하는 재미도 좋다.  





▶ 배우 차승원과 이솜, 둘다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옷태와 기럭지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





하이힐 (2014)

Man on High Heels 
7.8
감독
장진
출연
차승원, 오정세, 이솜, 고경표, 신성훈
정보
액션 | 한국 | 125 분 | 201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