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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 [리뷰] 결정적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효준선생 2014. 6. 6. 07:30





  한 줄 소감 :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남자의 성장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군대에도 여러 보직들이 있지만 대개는 야전에서 굴러야 하는 전투병이 아닌 행정병의 경우 그것이 징병제 하에서 부여받은 것이라면 사람들은 꽃 보직이라며 부러워 할 만 하다. 그러나 책상머리에만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무기 다루는 법도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그런 보직에 있는 군인들은 자신이 진짜 군인인가 착각을 하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 빌 케이지 소령은 이른바 공보장교다. 그가 하는 일은 주로 군에서 대외홍보를 하고 그러다보니 프레젠테이션 준비나 민간 영역에서의 업무에 익숙해진 상태다. 물론 그 역시 훈련병 시절이 있었겠지만 젊은 나이에 계급을 보면 외부 특채 요원이라든지 해서 총을 들고 야전을 누비던 전투병과 군인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 같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툭 치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중년의 어느 병사가 실전에 투입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늦게 핀 성장”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 포스터와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가상의 외계 괴물 미믹들과의 전투과정으로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전쟁 영화지만 싸워서 이기는 결과보다 전투병으로서는 무능한 수준인 그가 독특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맞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영화에선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닮은 듯한 괴물 크리처가 상당히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며 인간의 영역을 잠식한다. 유럽 전역이 그들에 의해 초토화되고 웬만한 재래식 무기로는 맞설 수조차 없는 파괴력의 소유자들이다. 중간에 과학자의 말로 설명이 되지만 그들의 지구침공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건 무의미 하다. 왜냐하면 단 한번도 그 침공자의 입장 표명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인간 군인들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무력을 뽐내고 범접할 수 없는 가공할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만 반복될 뿐이다. 그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전개방식이다.





영화 소스코드에서 주인공은 열차 안에서 기막힌 상황에 마주한다. 자신이 겪는 일들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마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쉴새없이 리와인드 되는 것이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빌 케이지가 죽어야 다시 원점을 돌아오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시점을 강제로 최전선에 보내졌다가 기절 상황에서 깨어나는 때에 두었다. 그리고 최초의 죽음 이후 그는 이상한 능력을 갖게 되었음을 인식하게 되고 이 무자비하고 무의미한 폭력의 현장에서 인연을 맺게된 동료들과 함께 희생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력을 얻게 된다. 처음엔 무기 다루는 법조차 알지 못했던 그가 수차례 반복되는 가상현실을 통해 점차 군인으로서의 면모를 챙겨가는 데 물론 후천적 노력도 가미되어있지만 결국은 미래를 알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역설도 숨어 있다.





이렇게 권력이란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예지력이 너무 터무니없다면 분석력과 통찰력은 어떠한가. 다시 말해 많은 전투에서 지휘관의 오판으로 무고한 병사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가장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면 아무리 피 흘리는 전장에서라도 희생자를 줄일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된다. 권력은 대중에게서 얻어낸 것이지만 그 권력을 잘못 사용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도 꼭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는 그렇게 여러 번의 죽음을 통해 특이한 능력이라는 게 외계 괴수의 피를 뒤집어써서라는 설정과 타인으로부터의 수혈이 그 능력을 해제할 수 있는 건 이 영화가 SF적인 요소를 많이 가진 가상의 판타지물이라는 것도 반증한다.  이 영화가 어느 장교의 성장담이라는 게 큰 반향을 끌지 못할소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초반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대 내에서의 에피소드에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의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과 외계 괴수와의 전투 장면에서는 영화의 기술적 발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람들은 미 부분에서 상당한 쾌감을 얻은 듯 싶다.





영화를 보는 중반부때 이르면 혹시 이 모든 게 누군가의 꿈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외계 괴수의 지구 틈입이라는 자체가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탐욕의 발산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런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론 흉측하다 못해 징그러워 보이는 괴수보다는 톰 크루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에 더 많은 응원을 하고 있지만 이 영화를 그저 어느 군인의 영웅담만으로 결론내리기엔 아쉬움이 많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톰 크루즈는 이미 다양한 액션 히어로의 모습을 본 적 있지만 에밀리 블런트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Edge of Tomorrow 
8.6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 샬롯 라일리, 빌 팩스톤, 제레미 피븐
정보
액션, SF | 미국 | 113 분 |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