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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일염화 - [리뷰] 서늘한 북국(北國),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효준선생 2014. 6. 4. 04:13






  한 줄 소감 :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요소를 잘 접목시켰으며 사회성도 놓치지 않았다 
 





중국 동북지방, 흔히 만주라고 부르는 이곳은 북국의 이미지가 강하다. 겨울이 길고 눈이 자주 내리는 추운 지방인 이곳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아웅다웅하고 살아가고 있다. 중국 영화 백일염화는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사람 사이의 감정싸움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가운데 서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남자와 여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화 제목인 백일염화는 극 중 어느 사건의 빌미가 된 공간, 나이트클럽의 이름이자 엔딩을 장식한 한 낮의 폭죽과 불꽃을 상징한다. 그러나 네 글자 단어가 주는 직설적인 의미에 비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줄거리와의 연계성은 크지 않다. 그 보다 여주인공인 우쯔전(계륜미 분)의 미모로부터 모든 일은 시작된다. 어느 작은 세탁소 직원인 그녀에게 살아간다는 건 그리 큰 의미는 없었다. 한국 돈 40만원 정도 되는 월급과 간간히 챙겨보는 패션 잡지말고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 찾아온 인생의 굴곡은 어쩌면 그녀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는 일련이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기말 적 분위기가 팽배하던 그 때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체 일부와 피묻은 옷가지가 발견된다. 그 옷의 주인은 바로 세탁소 직원 우쯔전의 남편이었다. 수사에 참여했던 형사는 용의자 검문 과정에서 동료를 잃고 자신은 부상을 입고는 경찰을 떠난다.





그리고 5년 뒤 어느 공장의 경비로 일하던 그는 최근 유사한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전직 형사의 직감으로 그는 5년 전 사건에 아직 앙금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며 새롭게 등장한 누군가의 뒤를 쫒으며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을 통해 추잡했던 유린의 과정, 그리고 한 남자의 충심등과 얽히며 이야기를 스릴러물로 끌고 나간다. 





원래 추운 곳인데다 겨울철 로케로 인해 겨울의 이미지를 주는 장치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런 것들이 우연이 아님이 밝혀진다. 이 영화는 상당히 거칠어 보인다. 등장인물들이 입는 두툼한 외투를 비롯해 무채색에 가까울 정도로 둔탁해 보이는 전체적인 색감, 그리고 많지 않은 대사, 무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는 눈빛과 움직임들이 생경할 정도였지만 그 지방에선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걸 깨트리는 장면은 철지난 경음악에 맞춰 타는 야외 스케이팅 장면들인데 얼음 빙판 같기만 한 그 곳에서 유일하게 속도감을 즐겨볼 수 있는 장치들이고 그것이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재치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서브 포스터에 그려진 이미지들을 잘 꿰어 맞춰 보면 이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올초 있었던 제 6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라 할 수 있는 금곰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부다 페스트 호텔이 이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걸 보면 영화 백일염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시선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대만 여배우 계륜미는 춥디 추운 하얼빈으로 와 고생해 가면서 찍은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좌우하는 키맨의 역할을 해냈고 요범은 전직 형사로 나와 대륙 남자의 기질을 유감없이 뽐내며 정의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그녀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그저 칙칙할 뻔 했다. 






백일염화

Black Coal, Thin Ice 
7
감독
디아오 이난
출연
요범, 계륜미, 왕학병, 왕경춘, 여애뢰
정보
드라마 | 중국 | 106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