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스트 오퍼 - [리뷰] 어쩌면 사람이 그리웠는지도...

효준선생 2014. 6. 3. 07:30





 
    한 줄 소감 : 한 분야에서만 우물을 파온 사람들의 흔한 경우




남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초로의 경매사, 최고의 진행 솜씨를 보이며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고 있지만 자신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몇 가지 버릇 때문에 편치 않다. 타인과의 접촉도 즐겨하지 않고 심지어 일정 수준의 결벽증도 있어 늘 장갑을 끼고 다닌다. 외로워 보이지만 그에겐 경매일을 도와주는 메이트도 있고 말 동무가 되어주는 젊은 엔지니어도 있다.





빌라라고 불리는 오래된 저택에 거의 감금되다 시피 살고 있는 20대 중반의 여자. 과거 어떤 사고를 당한 뒤 집 밖으로는 나가본 적도 없고 사람과의 만남은 아예 없는 이른바 광장포비아의 성향을 보인다. 그녀는 부모가 남겨준 미술작품등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조건을 들어 경매사를 부르지만 결코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이 두 사람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아슬아슬한 연인의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영화 베스트 오퍼는 잘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죄 정황이 확인되는 말미 이전까지는 한 초로의 신사가 평생을 간직했던 봉인된 사랑의 감정을 깨고 나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긴박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낸 멜로 드라마 정도로 느낄 수 있었다. 상대가 괴팍하다 못해 신경질적 성향을 보이는 캐릭터지만 아버지의 마음으로 포용해줄 지도 모른다는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이 영화를 너무 녹록하게만 본 잘못으로 귀결된다.





이 두 사람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일단 사교성의 부재, 자신만의 공간에서 천착해 있고 한 사람은 위작 미술품에, 다른 한 사람은 겉돌기만 하는 인간관계에 깊이 빠져있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어려운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은 아주 느리면서도 상당한 개연성을 갖고 진행이 되가지만 점점 의문도 더불어 커져갔고, 설마 했던 부분들이 터지고 만 셈이다.





경매사로 일하지만 그에겐 더 큰 비밀이 있다. 친구와 함께 경매에 올라온 미술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어 개인공간에 걸어놓고 감상을 하는 취미다. 모두가 여성의 얼굴을 그린 작품으로 이 방면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선 그가 위작을 놓고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위작도 진품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위작 안에는 진품과는 달리 모사자의 심볼이 들어가 있다.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곳에.





그는 수시로 여자가 사는 집에 들러 버려진 태엽과 쇠뭉치등을 알고 지내는 엔지니어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그게 어느새 로봇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사랑도 무르익어 감을 직감한다. 그러나 과연 그의 사랑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여의할 수 있을까 광장포비아에 걸린 그 여자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고 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거짓이라는 단어를 핵심 주제어로 두면 어떨까 싶었다. 인간관계라는 게 온라인으로 통하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이 난무하는 요즘, 거짓이 진실을 가려도 온통 거짓들의 세상이라면 진실을 믿거나 주장하는 것조차 어색할 지경이다. 사랑한다지만 그것도 언제 변할지 알 수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아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지켜지지 않을 약속임을 뻔히 알면서도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이 대신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하지만 남자의 일이 자신에게 닥칠 때 자신만만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러리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짜 그림이 세상 사람을 현혹하는 것처럼 사랑도 그러리라는 걸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어 탈인 세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스트 오퍼 (2014)

The Best Offer 
9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제프리 러시, 짐 스터게스, 실비아 호에크스, 도날드 서덜랜드, 필립 잭슨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이탈리아 | 131 분 | 201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