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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사 - [리뷰] 백조를 꿈꾸었던 소녀, 호수에 갇히다

효준선생 2014. 6. 2. 07:30





    한 줄 소감 : 돈으로 인권을 유린할 수 있음이 안타깝다
 




경기도 A 시, 이주 노동자들의 밀집 거주지인 이곳엔 매일을 힘겹게 사는 이들이 있다. 그 중의 한 명, 로사. 우즈벡이 고향이 그녀는 러시 볼쇼이 발레단을 목표로 자신의 꿈을 키웠지만 가정 형편 상 그럴 처지가 못 되었다. 이때 한국 브로커의 제안으로 춤도 추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한국은 그녀가 볼쇼이로 가는 디딤돌이 아니라 어쩌면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덫과 같은 곳이었다.





영화 로사, 제목과 같은 이름의 열여덟은 우즈벡 소녀에게 코리안 드림이란 자신의 발레리나로서의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어 줄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부모 곁을 떠나 낯선 이국으로 가기로 결심하는데 주저함도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그녀의 삶이란 비슷한 외모와 처지의 이주 노동자 들과 함께 늦은 밤 성인 클럽에서 봉춤이나 술손님들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며 팁을 받는 일상이었다. 그 마저도 매니저에게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은커녕 어쩌면 영원히 이 구렁텅이 같은 곳으로부터의 탈출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불안감때문이다. 원치도 않는 비자 갱신과 잠시라도 외출을 하게 되면 따라붙는 감시원까지. 늘어가는 건 술이고 불어나는 건 빚이라는 그녀들의 자조섞인 한숨소리까지. 그녀에게 내일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탈북자나 동남아시에게 온 이주노동자나 불법 체류자들의 이야기는 몇 편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건너 온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린 영화는 많지 않았다. 그것도 여성 무희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쉽게 접하기 힘든 캐릭터란 생각이다.


그녀가 발레를 배웠던 옛날 모습이 잠시 오버랩되고 고향에서 지내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걸 보니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중반부에 그녀가 호감을 갖게 된 같은 나라에서 온 남자와의 짦은 로맨스마저도 거부당하고 만 채 고립된 그녀의 모습이 마치 벼랑 끝에 선 작은 사슴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인권을 다룬다. 그럼에도 선뜻 좀 더 점진적인 호응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은 그들 여성을 보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시선이 눈앞에서 어른 거렸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즈벡 여성들의 미모에 대해 그곳 여성들은 밭에서 김을 매는 여자들도 한국의 김태희 만큼이나 아름답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농촌 총각들이 너도 나도 신붓감으로 데려왔던 일도 있었다. 특히 외국에서 온 미모의 여성들을 모아 놓고 토크쇼를 하던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던 인물도 바로 이곳에서 온 여성들이었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온 이상 다소 힘들고 버거워도 참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지만 그 수준이라는 게 개인의 자유을 속박하고 성을 유린하고 매매춘을 강요하는 것들이라면 그녀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올 때 인지하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여권과 비자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어디로든 갈 수 없는 상태와 공권력까지 결탁한 업소와의 모종의 거래들은 더더욱 그녀들을 힘들게 한다.





한때는 최고의 발레리나를 꿈꾸던 로사, 백조의 호수에서 그녀의 솜씨를 뽐내고 싶었던 소녀의 꿈은 낯선 나라의 밤무대 위에서 저당잡히고 말았다. 백조가 훨훨 날지 못한 채 호수에 갇히고 만 꼴이라는 독백이 결국은 암시가 되고 만 셈이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 영화가 던진 사회적 화두는 결코 작지 않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로사 (2014)

Rosa 
7
감독
맹관표
출연
루즈메토바 다야나, 조하석, 니콜라스 손쿠, 타티아나 이바노바, 촌쿠 니콜라이 미르
정보
드라마 | 한국 | 86 분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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