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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는 남자 - [리뷰] 울지말아요, 미안해요

효준선생 2014. 5. 31. 07:30






    한 줄 소감 : 내야안타, 볼넷, 번트, 사구등으로 루를 채워놓고 연이어 안타를 생산하다  
 





남을 죽이는 업을 하는 킬러에게 눈물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형용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냉혈한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혹시 그 눈물이 의미하는 건 중의적인 게 아닌지 궁금해졌다. 영화 우는 남자가 올 초여름 가장 큰 기대작으로 떠오르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4년 전 “한국 액션 영화의 기준점이 생겼다”라는 호평을 들었던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내놓은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또 잘 생긴 장동건과 멋진 김민희의 조합이라는 가십성에서 주목받고 있다.





액션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도입부의 맹렬한 시퀀스가 지나면 파편처럼 이어지는 이 두 사람의 일상이 소개된다. 온 몸에 문신을 한 채 웃음기는 싹 뺀 고독한 야수의 얼굴을 한 남자와 펀드 매니저로 일하지만 전 남편과 딸아이를 잃은 한 여자의 대비, 언젠가 이들은 한 공간에 만날테고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목숨을 쥐었다 놓았다 할 것이라는 느낌은 미리 전해졌다. 그리고 남은 건 “왜?” 뿐이다.





이 영화에선 미국이라는 이미지가 다양하게 소비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용광로답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독특한 계기로 어우러져 메이드 바이 아메리카로 재탄생하는 나라, 그 안에서 툭 튀어나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미국의 맛을 잊지 못한 채 허둥거리는 모습들이란, 이 영화에선 어느 조직에게 계좌 파일을 넘기려다 총에 맞는 한국인과 그의 어린 딸, 탐욕스러운 투자사의 경영자와 남자 주인공의 뒤를 쫒는 세 명의 남자들에게서 발견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쫒겨나다시피 미국 땅을 밟았던 한 소년, 이들에게 미국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하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하면서도 모호한 이미지의 활용보다 더 강조하고자 했던 점은 사람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미안한 마음의 발산이다. 그리고 대개는 남자 주인공이자 강렬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곤 이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가기 싫었지만 갈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외국 생활,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던 그곳에서 그는 생존을 위해 남의 목숨을 앗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고 물고기도 헤엄치다 익사할 수 있듯, 그의 총알 한 방은 그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음에 비유해 그저 미안함으로 귀결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자신이 처리해야 할 목표와 그 목표 안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을 목도한 뒤, 그는 변했다. 그래서는 진정한 킬러가 될 수 있겠냐고 빈정거릴 법도 하지만 거기에 그의 어린 시절을 오버랩하면서 당위성을 부여했다. 이 지점은 죽여야 하는 사명감과 살려야 하는 측은지심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늘 탐욕은 화를 부른다. 타인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려 들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무력을 사용한다. 그 무력이 주는 공포 이상으로 잔인함을 부수하고 그 잔인함 뒤 끝엔 사필귀정으로 마무리한다. 처절할 정도로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격발 소리에 고막이 얼얼할 지경이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을거라 믿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인 아저씨와 유사한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줄거리의 흡사와 혹은 상이를 떠나 전반적인 구도와 인물이나 배경이 주는 기시감도 물론 없지 않다. 그런데 묘한 것은 결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몇 군데 액션 씬으로 하여금 그런 잡감을 지워 버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의 엔딩 씬은 아주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영화는 유독 엘리베이터에서의 장면들이 많다. 어느 건물이든 엘리베이란 묘한 공간이다. 상하 이동을 계단보다 용이하게 해주면서도 어딘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취약성,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그 안에서 함께 하는 낯선 사람들과의 불편한 머뭄, 예를 들어 마천루를 아버지나 건장한 남성이라 한다면 엘리베이터는 건물 안의 사람들을 세상으로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모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태어났지만 정주하지 못한 채 부평초처럼 떠돌던 한 남자가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치는 것이 아닌 지키고자 했었던 그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를 표현한 가장 멋진 장면이 연출된 것 같다. 비록 두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들이 혹시 인연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딸의 영상을 보면서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김민희에게 영화는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인듯 보였다






우는 남자 (2014)

7.8
감독
이정범
출연
장동건, 김민희, 브라이언 티, 김희원, 김준성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6 분 |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