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레이트 뷰티 - [리뷰] 이탈리아 미학의 민낯을 찾아

효준선생 2014. 5. 30. 20:00






     한 줄 소감 : 그때 알았던 걸 조금 일찍 알았다면...
 





한국에선 나이 65살이 되면 노령연금을 탈 수 있고 지하철도 무료로 탈 수 있다며 흐뭇해하겠지만 이탈리아의 동령의 남자 젭에겐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의 옛사랑이었던 엘리사가 바로 어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아주 오래전 자신을 떠나 버린 한 여인, 각자의 소식에 대해 들은 바 없이 살았던 30여년을 그는 회고하려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대한 의심과 그 의심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다. 분주한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영화 그레이트 뷰티, 140여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은 이탈리아의 한 노인이 훑어보는 미적 감각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다. 지나간 과거의 낡은 흑백 사진 같았던 청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지금 나름 상류층이라고 남들이 불러주는 공간에서 그가 착근하고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내러티브의 순서와는 무관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은 대 서사시다.





부고 소식을 듣기 전부터 그는 화려한 파티를 만끽하고 현재 그의 직업인 인터뷰어로 잘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본격적으로 미학 투어에 나선 뒤의 행보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대개가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명망가인지라 그들이 한 손에 와인이나 샴페인을 들고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정말 젠체 하면서 사는 인간들도 참 많구나 싶다. 여전히 사람들은 과거의 스타작가인 젭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이런 저런 행사에 참석하며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젭은 로마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로마를 크게 흠모하지는 않는다. 대도시의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표출된다. 거기에 맞장구 쳐주는 지인들, 그러면서도 쉽사리 로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건축물, 사람들이 걸치고 다니는 패션,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된 먹거리들. 쉽사리 외면할 수 없는 아름다움들의 향연들이다.





이 영화엔 공연도 많이 소개된다. 제로니모쇼등 이미 기성품같은 공연과 한 소녀의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타의에 의한 작품활동, 그리고 나체의 여인이 백주에 선보이는 기기묘묘한 퍼포먼스등이 그것들이다. 젊은 이들은 그들 나름의 사랑을 나누고, 젭은 이젠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사랑의 행위를 친구의 딸과의 대화를 통해 해소한다. 즉, 인간과의 사랑, 소통 역시 아름다움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마치 이탈리아에 산재한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를 내보이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리고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것이 예술에 대한 지향이라면, 어디까지가 최고의 가치인 것일까에 대한 자문이다. 비록 젭이라는 한 사람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의 그것은 모든 이가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관념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리아 수녀님은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며 성체를 향하는 것이고 왜 뿌리만을 섭취한다고 했던 것일까 지금의 아름다움은 거죽만 남은 것들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타인과 교류를 통해 스스로 느끼는 그것, 그것이 아름다움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듯 싶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관조적이라고 할 건 없다. 앞 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다. 보기에 편한 영화에 길들여진 탓에 다소 불편할 뿐이다. 다 보고 나면, 우리는 한 가지 정도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우리는 아름다운가 정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놓치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더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레이트 뷰티 (2014)

The Great Beauty 
10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토니 세르빌로, 칼로 베르도네, 사브리나 페릴리, 카를로 부치로쏘, 이아야 포르테
정보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41 분 | 201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