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인체의 삼라만상을 시각, 청각적으로 만끽할 수도 있는 기회 |
한국에선 임오군란이 일어났고 또 직전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었던 1882년 그 해 미국의 서부에선 골드러시가 한창이었다. 이때만 해도 미국 서부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었다. 샌프란시스코등 서부 해안 도시들만 인적이 있었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황량한 황무지 투성이였다. 그럼에도 이 척박한 곳에서 삶을 유지하고 살던 사람들은 그곳의 자연환경만큼이나 거칠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강요되던 곳인지라 하루가 멀다않고 총성이 울려 퍼지던 그곳에서 가장 센 놈은 살아남은 놈이다. 금을 찾는다는 건 유목의 개념이다. 금이 묻혀있다고 스스로가 광고할 리도 없고 광산이 발견되었다고 소문이 나면 미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몰려들었고 채광이 마무리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가며 사는 것이 그 당시 그 일대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었다.
영화 밀리언 웨이즈의 원 제목의 뜻은 서부에서 죽는 100만 가지 방법으로 한국어 제목의 뜻인 100만 가지 방법만으로 무슨 숨은 뜻이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죽는 방법 100만 가지보다 사는 방법 몇 가지에 더 방점에 찍혀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금도 아리따운 여인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코미디면서도 아이들은 볼 수 없는 어른들 만의 질펀한 농담으로 가득하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19곰 테드의 감독인 세스 맥팔레인과 스탭들이 다시 뭉쳐 그들만의 색깔이 잔뜩 들어간 신작을 만들었다. 배경은 오래전 미국 서부의 어느 작은 마을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사람들의 대화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100여년 전 미국의 모습이라는 다소 보수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뒤로 한 채 성적 농담과 배설의 유희가 전면에 등장하고 웃음 뒤에 남은 페이소스는 무엇을 의미하나 생각할 때쯤 모두를 뜨악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장면들과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만한 어리숙한 농촌 남자의 사랑 만들기가 액션과 더불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영화, 일부러 만든 장치라고 생각은 들지만 따져봐야 할 시선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우선 차별에 대한 시선이다. 당시로서는 그럴만도 하지만 이들의 시선에 동양인(영화에선 중국인), 인디언등 유색인종에 대한 곱지 못한 시선들과 유대교등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난다. 그리고 남근 우상주의에 대한 설왕설래다. 매춘부를 통한 성매매등이 언급되는 데 이 부분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남성 주도의 입장에서 이야기된다.
마지막 하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라 할 수 있는 사랑인데, 보잘것 없는 양치기 목동과 글래머하고 총 솜씨도 좋은 여자와의 사랑 외에 살롱에서 몸을 파는 여자와 그의 남자친구와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진실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직업상 수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남자친구와는 결혼때까지는 순결을 지키겠다는 이들 커플의 입장은 막연한 해프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남녀 주인공사이에서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하지만 돈이 더 많은 남자를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나중에 삼각관계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진짜 사랑을 찾게 된다는 설정은 지금도 유효한 가치다.
감독인 세스 맥팔레인이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고 늘 사랑싸움의 승자로 나올 것 같았던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의외의 신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언제나 정의를 구현하던 노익장의 배우 리암 니슨이 얄미운 악역으로 나오는 등 배우들의 연기가 전형성을 버리고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살았던 원주민들의 모습처럼 핍진하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수다스럽게 나열되는 수 만 가지 죽는 방법들 중에서 우리의 죽음은 도대체 몇 번째에 해당할까 과연 서부에선 죽는 방법이 100만가지나 될까 그리고 유서를 써서 안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니는지, 혹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갖는 것.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생각지도 못했던 리암 니슨의 이런 모습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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