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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피센트 - [리뷰] 마녀도 때로는 사랑이 고프다

효준선생 2014. 5. 29. 07:30





   한 줄 소감 : 원작의 악역의 입장에서 본 속사정, 역지사지의 상상력
 




디즈니의 오래된 만화 영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대해 일부분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 말레피센트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만큼 원작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보듯 소위 악역으로 나왔던 말레피센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녀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니 최고로 악독한 캐릭터라는 설명 문구와는 달리 연민의 감정이 따라 붙었다. 그걸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랑에 대한 갈구다.





인간이 사는 세상과 요정들이 사는 세상으로 구분된 옛날 어느날, 인간과의 접촉이 불허되던 때 어린 말레피센트는 스테판이라는 인간 남자애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춘기인 그들은 우정을 거듭하다 어느새 풋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가벼운 키스를 하며 어느덧 어른이 된다. 그러나 날개와 뿔이 달린 요정과 인간 왕국의 왕자와의 어색한 만남은 현실과 맞닥뜨리며 제각각의 길을 가고 어떤 계기를 통해 연인이 아닌 원수가 되고 만다.





이렇게 오로라 공주가 태어나기 전까지 인간에 의해 검은 마녀라 불리던 말레피센트의 과거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그녀의 정서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부분이며 그녀가 후반부에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영화는 요정의 나라나 인간의 나라나 다소 어두운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그건 두 곳 모두에서 정서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완정한 세상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말레피센트가 인간 영역에 대해 갖게 된 분노가 극한으로 치닫게 된 것이 스테판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면 이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어린 오로라 공주에게 내려진 참혹한 저주란 애초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다 알려진 바대로 오로라 공주는 덕담이 아닌 저주의 결과로 열여섯이 되던 해 물레에 손가락을 찔려 깊은 잠에 빠져들고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아야만 다시 잠에서 깨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흥미롭게 윤색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동화 속 착한 공주들은 외부로부터 일방적인 위해를 받곤 한다. 그리고는 다시 외부의 도움으로 그 위해를 벗어난다는 설정인데 대개는 이웃 나라 훈남 왕자가 그 역할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작위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진정한 사랑은 또래 이성의 입맞춤만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수많은 영화에서 사랑이 다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사랑의 완성은 자신이 간절히 바라던 상대방으로부터의 이해와 포용의 산물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이웃나라 왕자가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딱 한번 만난 사이에 뽀뽀 한다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확한 표현이다. 일회성 사랑,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에 어쩌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인 사랑은 오래 묵을수록 진솔하다는 주장을 믿어 보고 싶다.





비록 까마귀 스타일의 검은 옷만 입고 뿔을 달고 사는 한 마녀의 형형한 눈빛이 무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외로움의 상징처럼 보였다. 까마귀의 현신이 곁에 있지만 과연 그에게서 이성의 정을 느끼기나 한 걸까 어린 시절 풋사랑의 상처와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남긴 한 남자에 대한 처절한 애증의 간극이 그녀를 변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인간도 쉽사리 갖지 못하는 진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 비비안 졸리 피트는 실제 안젤리나 졸리의 딸이자 이 영화에서 어린 오로라역이다. 실제 모녀의 눈빛이 애틋하다.


전형적인 마녀라면 저주쯤이야 손가락 하나로도 부릴 수 있겠지만 그 저주를 풀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놓아야 가능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권한 이상으로 책무도 중함을 의미한다. 오래된 만화영화의 산뜻한 비틀기에 불과하다 말할지 모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 주는 교훈도 만만치 않다. 비록 마녀 말레피센트와 오로라 공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른바 義母와 義女의 관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환기하듯 오로라 공주를 바라보던 말레피센트의 눈빛이 진짜 사랑에 굶주려 하는 우리들과 하등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말레피센트 (2014)

Maleficent 
8.5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주노 템플, 브렌튼 스웨이츠, 인디아 아이슬리
정보
판타지 | 미국 | 97 분 | 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