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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트 맥콜 - [리뷰] 감정이 이성을 압도했을때

효준선생 2014. 5. 27. 07:30






    한 줄 소감 : 잘하고 싶은데 주변이 안 도와줄 때의 황망함을 잘 그려냈다
 





한때 알파 맘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자기 일도 하고 내조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워내고 집안 살림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만능 현모양처라는 의미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감수해야 할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의 요구는 그녀들을 곧 지치게 하기 일쑤고 그런 상황에서 두손 두발 들고 나 포기할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듯 싶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케이트 맥콜, 그녀는 애초부터 빵점 엄마에 야무지지 못한 변호사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영화 케이트 맥콜에서의 그녀는 벼랑 끝에 몰린 처지로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세 가지 법적 다툼의 중심에 서있다. 그것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각기 다른 이야기의 교집합을 이루고 그녀는 이 교집합 정 가운데 서있는 셈이다.


우선 과거, 물론 법조인으로 신념을 가지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한 일이지만 한 흑인 남자의 누명과 장기간의 수감생활, 출옥 후 자신을 찾는 그의 전화에 그녀는 놀라고 만다. 일종의 죄책감도 더불어.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외면하고 멀리하는 것뿐. 그런데 그녀를 괴롭히는 건 또 있다. 일중독에 가까운 그녀에게 어린 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회피의 그것뿐이라는 사실. 남편과의 양육권 쟁탈은 미래를 담보해야 하는 일이다.





그녀에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는 길은 오직 하나, 겨우 수임한 사건은 공교롭게도 살인 사건, 피의자는 이미 구치소에 들어가 있고 본인은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그녀는 피의자를 대신해 무죄를 받아내야 하는 책임이 떨어진 것이다. 그녀가 이 사건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로펌으로부터 신용을 되찾는 것, 그리고 아빠로부터 아이의 양육권을 되돌려 받는 것. 그러나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녀는 바라는 모든 걸 이루고 아이와 다시 함께 살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법정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그보다 주인공 케이트 맥콜 변호사의 오락가락 하는 심리를 잘 파악해 적재적소해 배치한 연출이 기가막힌 드라마다. 물론 레이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가며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들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를 끌지만 본질은 케이트 맥콜이 자신이 둘러싸고 자꾸 반복되는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지의 여부였다.





대학시절 은사이기도 했던 판사가 그녀에게 “법정은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 가를 뽐내는 장소”라고 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에 따라 판결이 일어나고 피의자를 수감하는 지, 혹은 석방하는 지 여부만 따지면 된다는 것이다. 설사 그가 진정한 범죄자임에도 변호사가 잘 하면 그는 그냥 풀려나는 것이고 검사가 좀 더 유능했다면 그는 진범이 아님에도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이런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모두 등장한다. 물론 둘다 캐이트 맥콜과 연관이 있다. 변호사를 한다는 건, 확실히 두려운 일일 수도 있다. 인생은 법정안에서만 돌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에서 과거 자신이 변호를 잘못해서 누명을 썼던 사람이 나타나 해코지를 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여자로서 두렵기도 할 것 같다.





한국에서 법조인으로 사는 게 일종의 출세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세상엔 참 쉬운 일이 없구나 싶다. 아이를 보고 싶다면 자기와 함께 시애틀로 가자는 남편의 제안에 “난 여기 법체계에 익숙하다”며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게 있다. 최근 누군가는 퇴임 후 소위 자문료로 수십억을 수령했다는 걸로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그가 받은 그 돈 안엔 누군가에겐 억울한 누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실은 부정된 채 법적용의 왜곡으로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녹아 있지는 않을까.


제 아무리가 신과 같은 공평한 판결을 내린다 해도 세상의 모든 정의가 구현되는 건 아닌 듯 싶다. 바람은 배를 흔들리게 할 수는 있어도 배를 조종해 앞으로 나가게 할 수는 없다며 고백하는 그녀의 말처럼, 법은 감정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까 영화를 통해 정의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케이트 맥콜 (2014)

The Trials of Cate McCall 
7.7
감독
카렌 몬크리에프
출연
케이트 베킨세일, 제임스 크롬웰, 닉 놀테, 클랜시 브라운, 테이 딕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93 분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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