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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너미 - [리뷰]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다

효준선생 2014. 5. 26. 07:30






   한 줄 소감 : "만약 내가 ...이라면" 가정에 절묘한 예시 
 





세상에 자신과 100% 닮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런 가상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마치 실험극처럼 만든 영화가 있다. 영화 에너미, 제이크 질렌할이라는 매력 충만한 남자 배우는 자신만의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며 1인 2역을 자처했고 영화 속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두 남자의 역할을 십분 발휘한다.





한 엄마로부터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라고 자라는 동안 섭식이나 습관, 그리고 환경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가끔은 부모도 구분을 못할만큼 흡사한 케이스도 있기는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 둘다 벗겨 놓고 보면 다른 곳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두 남자, 아담과 안소니는 그저 완벽하게 같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외모 상으로 그렇게 설정해 놓았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지만 늘 권태로운 남자, 아담, 여자친구와 나름 잘 지내는 것 같지만 그의 일상은 피곤하고 무료해 보인다. 심각하게 말하면 우울증 증세도 있는 것 같다. 동료 교수가 그에게 영화를 보며 좀 풀어 보라고 권하고 마지못해 골라온 영화 속에서 자신과 완벽하게 닮은 한 배우를 찾아낸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아낸 그의 연락처와 주소.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한 명의 배우를 한 샷 안에 넣는 게 무척 신기했지만 이젠 그 정도 트릭은 아무 것도 아니다. 둘이 조우하는 장면에선 사실 약간의 차이는 있어 보였다. 다소 노회한 듯 보이는 아담과 그래도 배우인지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안소니, 그런데 이 두 사람, 위험한 제안을 하게 된다.





아담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의 사생활을 찾아가는 과정은 상당히 스릴 있었다. 게다가 안소니의 임신한 아내가 남편을 찾는 전화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며 남편 보다 먼저 아담과 만나는 장면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소 늘어지는 기미가 없지 않았다. 좀더 팽팽하게 당겨야 할 부분에서 일부러 놓아 버린 것은 아닌지, 아니면 소위 스와핑이라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마련하기 위한 숨고르기 였는지는 모르겠다.





나와 완벽하게 닮은 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여자의 육감까지도 속일 수 있을까 늘 살을 맞대고 사는 상대인데, 과연 몰라볼 수 있을까 게임은 다시금 흥미롭게 변하고 그 안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실험극처럼 보인다. 영화 오프닝에서 여러 사람이 하나의 오브제에 몰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선 몇 차례 은유적 상징으로 등장하는 곤충인데 과연 그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영화 전체가 한 사람의 꿈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건, 너무나도 완벽하게 닮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의 발로다.





혹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이 있다면 귀찮은 일에 대신 내보거나 혹은 그다지 좋지 않은 일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또 하나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 플러스의 일만은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된다. 영화 말미에 터지고 만 하나의 사건이 그걸 의미하는데, 과연 아담과 안소니, 누구처럼 살면 행복할까? 흥미로운 스릴러 영화 한 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너미 (2014)

Enemy 
9.5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멜라니 로랑, 사라 가돈, 이사벨라 로셀리니, 스티븐 R. 하트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91 분 | 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