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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리뷰] 과거는 미래를 보는 창

효준선생 2014. 5. 24. 07:30






    한 줄 소감 : 미국 현대사까지 섭렵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니...
 





미국에게 베트남 전쟁은 어쩌면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최강국으로 거듭났고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분쟁이나 소요에도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는 경찰국가로서 동남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 망신살 뻗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시작해 무려 20년에 걸친 이 장기전에서 베트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고 이 전쟁을 기점으로 본토 젊은이들의 반전운동도 격화되어 나갔다.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시대적 배경은 바로 이 시점의 말미인 1973년을 가르키고 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는 파리평화 협정이 있었던 때로 미국인들의 상실감 또한 극심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머나먼 아시아 국가에서의 일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들인 이 영화는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엑스맨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면면들은 모두 돌연변이들의 발현이다. 그들이 돌연변이로서 일반인들에겐 없는 초능력을 보유하고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그 어떤 외부로부터의 공격도 무위로 돌아가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들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시 말해 초능력자라도 동원해서 그 당시 미국이 가지고 있던 딜레마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과 종전 이후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그들이 혹시라도 정권을 향해 과녁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중적 시각이 기득권 세력의 마음이었다.





영화에도 언급된 존 F 케네디와 그의 암살 사건에 주인공 중의 한 명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후임은 존슨 대통령이 트라스크 박사를 통해 이들 돌연변이를 없앨 방법을 후원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이런 시대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40여 년 전이라는 게 부담스럽지만 어쩌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일상과 닮은 모습이다.





이 영화의 부제처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종족의 멸족을 걱정해야 하는 돌연변이들의 처지와 그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책인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을 공격할 ‘무엇’을 근절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 영화의 대강이다. 그 중심엔 교수 X와 매그니토라는 컨트롤 타워의 제안, 현재(실제로는 미래)와 과거를 이어주는 링커의 역할은 로건(울버린)이 담당하고 있다.





이 영화가 여타의 타임리프 계열의 영화와 좀 다른 건 현재와 과거의 이동이 기계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마치 신경과학 계통의 염력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교수 X는 과거의 장면에서 유난히 텔레파시 능력등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고 행동을 제어하는 장면을 활용해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가치관,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돌연변이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상황에 있던 그들을 한데 아우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로건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현재와 과거의 인물이 중복되고 각기 새로운 캐릭터들이 난립하며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혼란을 줄 법하다. 그러나 주장하는 건 단순하다. 돌연변이들이라고 그들을 적대시 할 필요도 없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설사 주어진 권력을 잘못 사용하는 권력자들을 응징하는 한은 있어도 평범한 서민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이 영화에서 비록 악의 편에 서 있기 하지만 트라스크 박사의 경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왜소증을 앓고 있는 그 역시도 어쩌면 돌연변이인 셈이다. 그러나 다른 돌연변이들과는 달리 초능력도 없지만 두뇌회전이 빠른 그는 과학적 지식으로 돌연변이의 확산을 막고   싶어 하는 권력자와 그 자신이 혐오하는 돌연변이를 없애는데 앞장서고 있다.





40여 년 전 미국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 보이는 건 별로 없다. 늘 자국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엔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유형의 일엔 이익을 따져가며 개입과 주선을 도모하며 누가 설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가차없이 내치려는 분위기. 파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고, 손에서 불꽃이 튀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묻겠지만 피부색만 달라도, 종교만 달라도 입국 과정에서부터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걸 보면 돌연변이들에 향한 불편한 시선은 지금도 여전한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X-Men: Days of Future Past 
7.9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할리 베리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34 분 | 20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