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큘러스 - [리뷰] 당분간 거울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효준선생 2014. 5. 25. 07:30





     한 줄 소감 :  인간이 유전적으로 갖고 있는 애니미즘의 두려움을 잘 표현하다
 




세상에 수많은 공포증이 있다. 대부분은 사람이 외부와의 접촉에서 느끼는 것들이지만 개개인마다 다른 정도와 종류의 공포증을 안고 사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두려움에서 시작해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각인된 것들이 발현된 것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거울 공포증도 그 중의 하나다.





거울은 인류가 원시시대를 살며 만들어낸 비교적 초창기의 물건 중 하나다. 청동기를 잘 연마하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지금도 청동기 시대 유물로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공포증을 유발하는 경우란 어찌보면 미추에 대한 감각의 왜곡된 발로로 보인다. 거울을 통해 보게된 자신의 얼굴의 형상에 대해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그 안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보게 되었을때, 드라마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붕대를 푼 뒤 환자들이 거울을 집어던지는 장면들이 그런 것들이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하고 피사체를 찍는 순간 터지는 플래쉬에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빼앗긴다며 극구 사양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자신의 외모를 들여다본다는 건 자신의 영혼과 일치시키려는 행위와 비슷해 보인다. 이런 사례는 영화 오큘러스에 비교적 적절하게 표현되고 있다. 수 백년은 된 고풍스런 장식의 전신 거울, 새로 이사한 집에, 아버지의 서재에 놓여진다. 그런데 그 날 이후부터 그 집에선 이상한 일들이 반복되고 누군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10년전 부모의 죽음, 그리고 남동생이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누나와 함께 거울과 관련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공포영화다. 거울이 놓인 방과 별장처럼 보이는 집에서 일어나는 이 영화의 공간은 시작부터 을씨년스럽다. 그런데 사건의 빌미가 된 거울을 다시 사들여 오래전 사건이 벌어진 상황을 복기하는 지금, 다시 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동떨어져 당연한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혼재되면서 급기야는 본격적인 귀신의 등장과 죽은 부모의 환생이 맞물리면서 상당한 공포심을 야기한다. 정체불명의 귀신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은 가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막상 두려움의 원천은 오래된 거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불화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만 하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 가득한 엄마,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자녀들의 문제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이 거울이라는 물체와 맞물려 공포심을 야기하고 있다는 건, 쉽게 치유할 수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것들이기도 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잊혀졌을 것 같지만 여전히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떠올리기 싫은 일들, 자꾸 들춰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이 하고 사는가. 영화 컨저링이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담고 있다면 같은 제작진이 참여한 이 영화는 마찬가지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남이 썼던 거울을 통해 가족간의 소통부재를 꼬집는 비수같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오큘러스 (2014)

Oculus 
7.8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카렌 길리언, 브렌튼 스웨이츠, 케이티 색호프, 로리 코크레인, 제임스 래퍼티
정보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 미국 | 105 분 | 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