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10분 - [리뷰] 그의 최종선택은 최선일까

효준선생 2014. 5. 23. 08:30






    한 줄 소감 : 무척이나 핍진한 회사원으로서의 처세술
 





비슷한 또래와의 생활에 익숙해졌던 학교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의 결과로 얻은 기회, 그리고 채용, 신입사원 연수를 끝내고 부서 배치. 그 첫날의 설렘과 두려움으로 인해 잠도 설치고 첫 출근을 하던 날, 남들은 다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본사 건물이 마치 공룡같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처럼 다가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의 시간, 어쩌면 동료인 그들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양복과 넥타이에 기실 내키지 않았던 업무들. 최초의 회사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신입이라 하여 복사에 팩스 보내기에, 온갖 잡무에 시달리다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와의 거래처 관리라는 업무를 맡게 된 후엔 지쳐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다 퇴근하고 형광등도 몇 남지 않았건만 시차로 인해 마냥 기다리며 팩스를 넣고 받기를 무한 반복하던 시절, 회사는 낯설기만 공간이었다.





영화 10분, 어느 공기업 인턴 사원의 일상을 통해 사회생활이 가져다 주는 애매하고도 떨떠름한 상황들을 굉장히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아마 회사생활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100% 공감할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입사 전 꿈꾸었던 희망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걸 바라보고만 있어야하는 시간들이 정말 제대로 담겨져 있다.





방송사 피디를 꿈꾸었다가 잠시 공기업 작은 부서에 들어가게 된 호찬, 인턴사원이라는 한계 역시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걸 잘 알기에 그에겐 부담이 없었다. 그러던 중 정직원 자리가 나고 그동안 호찬에게 잘 해준 직원들은 그에게 정직원에 응모해보라고 부추킨다. 하지만 정작 정직원으로 발탁된 사람은 호찬이 아닌 낙하산으로 온 여직원, 그녀가 고위직 자제라는 소문과 함께 호찬의 입지는 점점 고약해진다. 그러던 중 중요한 팀 프리젠테이션이 엉망이 되고 직원들은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불꽃을 튀긴다.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주인공인 호찬이지만 주변 인물들의 성격도 분명 한 두 명은 실제 존재할 것 같이 그려져 있다. 자기에게 호의적인, 반대로 적대적인, 그리고 영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일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한 곳에서 모여 있는 셈이지만 결코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설정이다.





사실 호찬은 회사일 말고도 여러 가지로 골치가 아프다. 집 안일에 여자친구 일에, 그리고 여전히 갈등 중인 자신의 진로에 대해. 그리고 그는 선택의 시점을 맞게 된다. 재미있는 건 그가 과연 이곳에 남을 지, 아니면 자신의 원래의 꿈을 찾아갈지 정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즘같은 세상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남을 호찬을 기대할 것 같다. 비교적 안정적인 자리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버려야 하는 대가라는 게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자리라는 이유가 정말 슬프다.





소위 88만원 세대를 그린 여러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그들을 결코 비관적거나 허황된 꿈이나 꾸거나 혹은 미래만 기약하며 희망의 찬가만 부르는 캐릭터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회사라는 공간에서 몸으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그리고 이겨내면 밝은 내일이 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진짜처럼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겐 단단한 각오를, 이미 사회생활을 마무리 한 인생의 베테랑들에겐 추억의 90여분이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최근 여러 한국영화에서 단골 감초 연기를 보여주는 김종구 배우님...





10분 (2014)

10 Minutes 
9.4
감독
이용승
출연
백종환, 김종구, 정희태, 이시원, 장리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92 분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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