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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셔틀콕 - [리뷰] 가족의 재구성, 그리고...

효준선생 2014. 5. 22. 07:30





    한 줄 소감 : 제대로 털어 놓지 못하는 모습이 바람부는 날 셔틀콕의 폐곡선같다.
 





드민턴은 구기 종목으로 쳐주지만 셔틀콕은 정말 공이 맞을까 콜크를 고무에 감싸고 한쪽 끝에 깃털을 가지런히 놓은 그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서 게임을 할 생각을 했을까 싶게 독창적이다. 다른 공놀이와는 달리 절대로 혼자서는 게임할 수 없는 완벽한 2인용 놀이다. 축구공이나 농구공은 당연하고 비슷한 탁구나 테니스는 벽에 공을 쳐 반발로 튀어 나오면 다시 이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배트민턴은 그럴 수 없다. 영화 셔틀콕에 등장하는 인물들, 혼자서는 결코 버티기조차 힘든 삼남매의 모습이 셔틀콕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피가 안 섞인 이들이 어떻게 남매가 되었는지는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생이 각각 한 가정을 이뤄 의붓 남매가 된 것이고 가운데 남자를 중심으로 위로 비슷한 연배의 여자와 어린 남자 아이가 같은 소생이다. 그런데 이들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 놓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이들은 다시 어정쩡한 남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보상금으로 나온 1억원의 돈, 이야기의 시작은 누나가 그 1억을 들고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로드무비다. 집을 나간 누나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두 형제의 이야기. 물론 두 사람은 더 이상 형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어색한 사이에서 퍼져가는 관계의 이름이 이 영화의 핵심 관람 포인트가 된다. 누가봐도 나눠가져야 마땅할 거액의 보상금을 한 사람이 독식했을때의 분노가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이겠거니 싶은데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가 않다. 특히 어린 꼬마가 설마 그 큰 돈이 탐나서 힘든 여정을 따라나섰을까





물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세 사람은 한데 만날 기회도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세 사람이 갖고 있던 신경질 적인 자기 소견이 해소되지도 않는다. 쌓이기만 했던 울분이 토로되는 장면도 연상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이제껏 분위기로만 잡아 놓았던 세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가족은 혈연이 아닌 억지스러운 만남으로도 가능한 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느날 혼자 살던 아버지가 새 엄마와 누나와 동생이라면서 데리고 온 아이들을 바라봤을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이 낯선 사람들과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울 만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가족 그 이상의 번민을 불러일으킨 건 가슴을 태우고도 남은 피끓는 청춘의 표출이었다.    





떼어 버릴수록 다시금 품에 안을 수밖에 없는, 그렇다고 다가서기에도 만만치 않은 골, 그 사이에 툭하고 떨어져 버린 세 사람의 관계는 희미하게나마 가족은 다시 만들어 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렇게 마음대로 믿어 버리고 싶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독립영화는 유망 배우들의 화수분 역할을 해왔다. 작품 자체로도 조명을 받고 있지만 어디서 저런 배우들이 나왔을까 싶은 좋은 재목들이 쉬지 않고 배출되고 있다. 이제 대형 상업영화에서도 독립영화 출신의 배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이주승과 공예지라는 주목할 만한 배우들의 등장이 나중에 영화 셔틀콕에 나왔던 그 배우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의 그들의 몫이 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셔틀콕 (2014)

Shuttlecock 
7.6
감독
이유빈
출연
이주승, 공예지, 김태용, 김민철, 유하복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한국 | 101 분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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