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녀 - [리뷰] 문득 그리워진다. 혼자라는 사실에...

효준선생 2014. 5. 20. 07:30





  한 줄 소감 : 고독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기막힌 상황 설정
 





사랑하면서 상대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자신이 이만큼 사랑하는데 상대는 얼마나 사랑할까 또 자신이 사랑하는 농도만큼의 사랑이 상대방에게도 있을까 하는, 늘 같이 있으면서도 보고 싶고 연락이라도 안되면 걱정과 불안감이 마구 교차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질게 굴거나 혹은 족쇄를 채우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또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기라도 할 때의 배신감이나 분노 역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로 높아질 것이다.





영화 그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운영체계의 사이버 상의 대화를 통해 점차 사랑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그녀’ 사만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누구라도 ‘그녀’와의 사랑에 빠져들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름다워서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심정을 잘 헤아려 주는 그녀, 비록 몸이라는 실체가 없다고 해도 그걸 단점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는 그녀는 살갑다.





시오도어라는 이름의 남자. 남을 대신한 그럴 듯 한 편지를 써주는 보기 드문 일을 한다. 당연히 文才가 있다. 그런 그는 지금 전처와 이혼 소송중이고 도장 찍는 일만 남아 있다. 그가 사는 집은 독특하다. 마천루가 다 보이는 고층 오피스텔, 꼭 필요한 물건만 놓인 그런 공간에서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 보였다. 집에 돌아와 역시 사이버틱한 게임을 하고 혼자 술을 마신다. 그런 그를 뒤 흔들어 놓은 게 바로 운영체계 속의 여인 사만다이다. 그녀의 출현은 일단 우울한 남자를 뭔가의 관심사 안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회사일, 전처와의 이야기, 심지어 주고받는 메일까지 그녀는 마치 비서처럼, 아내처럼 잘 챙겨준다. 무엇보다 별다른 투정도 없이 남자의 심리를 잘 파악해주며 편안하게 대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칠 남자는 없을 것 같다.





사만다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주변 사람들도 그의 그녀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준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정부분 그런 존재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지금보다는 좀더 과학적으로 발전한 근 미래의 이야기로 보인다. 빌딩에서 보이는 휘황한 마천루, 그리고 무덤덤해 보이는 인파들, 그들은 각자 뭔가를 들여다  보며 말을 하곤한다. 그들 옆을 스쳐 지나는 실제 사람들에겐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극도의 무관심, 이 영화에선 대리라는 단어가 매우 유용하다. 시어도어의 직업인 대리로 편지 써주기부터, 사만다라는 존재까지. 거의 유일하게 친구가 한 명 등장하지만 그녀 역시 남자친구와 결별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외로운 걸까 아무리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사는 동안엔 적지 않은 사람들과 연을 맺고 사는 것 일텐데... 기계에 의존하는 걸 보면서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대화를 들어보면 어느새 인가 두 사람(?)이 실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응원을 하게 된다.





정말 사만다가 그저 기계 안에 갇힌 음성 파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리고 그녀가 시어도어가 아닌 내 자신의 그녀였다면 어떤 감정이 될까 친구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연인이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게 될까 아니면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계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을 하게 될까





영화 후반부 시어도어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간에 접속 불량으로 연결이 되지 않자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누군가 한 쪽이 일방적으로 꺼버리면 영영 사라져 버릴 그런 허무함은 무엇으로 채울 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현실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면 그녀의 옷깃이라도 잡아 볼 수 있을텐데, 컴퓨터 하드 디스크 안의 중요한 파일 하나를 실수로 날려 버릴 때의 허무함이면 이 사랑도 끝내는 데 필요한 감정 정도로 그칠까





높은 빌딩 옥상, 두 남녀는 해가 뜨는 새벽에 앉아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 만큼 그들에게 다시 찾아올 사랑, 또한 멀지 않았음을, ‘그녀’의 사랑이 아닌 그녀의 사랑이 그에게 닿기를, 또한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호적인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 (2014)

Her 
8.6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