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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질라 - [리뷰]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려고 애쓴다

효준선생 2014. 5. 17. 07:30





 
   한 줄 소감 : 반핵영화의 새로운 조류, 세이비어 괴수 히어로의 등장






인류에게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 폭탄에 대한 공포란 어쩌면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공적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물론 역사적으로 수많은 재해와 전쟁을 거치며 지구에서 인간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음을 학습해왔고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왔지만 인간이 만든 무기로 그것도 단 한번에 그 많은 인명이 살상될 수 있다는 걸 목도한 이상 적을 물리치기 위한 도구임에도 스스로가 그 안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을 의미하는 1945년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으로 세계는 재편되기 시작했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그리고 소위 핵우산이라는 다소 민망한 이름의 ‘빌붙기’가 가능한 나라.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지구에서 다시는 핵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공통된 인식으로 핵감축도 도모하고 곳곳에서 반전 반핵을 외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이 지구를 양분하며 살고 있다면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영화 고질라, 단어에서부터 일본색이 완연하고 이미 여러차례 다양한 버전의 영화를 통해 괴수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작품은 괴수란 인간에 맞선, 없애야 하는 존재임을 뛰어넘어 공존 공생이 과연 가능할지 여부를 모색하는 독특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영화에선 고질라 외에 또다른 괴수의 등장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괴수는 영화 속 사람들의 입을 빌어 무토라 했고 그 의미는 미확인 육생 동물이라 했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절지류 곤충과로 보이며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바퀴벌레와 사마귀를 섞어 놓은 크리처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 부분부터는 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괴수영화라 하여 외계에서 날아왔거나 혹은 돌인변이의 확장, 혹은 인간이 괴수로 변했다는 둥의 설정이 많았지만 영화 고질라 속 괴수들은 바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동력의 원천인 핵발전과 큰 연관이 있다. 핵 무기의 사용은 없지만 5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은 냉전 시기를 맞아 누가 더 많은 군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무력시위를 해왔다. 사진 검색으로 볼 수 있는 핵 구름들은 이때 찍힌 것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핵실험을 하고 남겨진 물질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하는 점이다.





무토와 고질라의 한 판 대결을 감상하는 정도로는 이 영화는 크게 흥미롭지는  않다. 일본과 하와이, 그리고 미국 서부의 도시와 라스베가스가 배경으로 나오고 괴수들이 활약하는 탓에 도시기능이 마비가 되고 파괴되지만 그런 건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숱하게 봐온 장면들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 어느새 고질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인간은 이 영화에서 話者로 존재할 뿐 두 괴수의 대결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 가끔 화력을 동원하지만 코끼리에서 성냥불을 던지거나 핀침을 던져본다고 무슨 반응을 보이겠는가. 집 채 만한 덩치의 괴수들이 고층 건물 사이에서 몸을 뒤엉켜 가며 싸우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도대체 고질라는 무엇을 의미하고 또 무토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





일본인 박사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세상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그러니 둘이 싸우도록 놔두자고. 맞는 말이다. 인간이 개입할 여지도 없고 고질라가 예전과는 다른 목적지향을 갖고 있으니 그저 두고 볼 수 밖에. 그런데 무토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만든 핵을 주 동력으로 섭취하는데 특기를 보이며 마치 난생동물처럼 번식하기 위해 수많은 알을 배태하는 모습, 날개가 달려 공중전이 가능하다는 것과 어떻게 해서든 새끼를 지키려는 모성애까지. 하지만 그들이 탄생 자체가 인간이 저질러 놓은 악마같은 이기심이거나 물질만능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면 고질라는 그런 걸 막기 위해 만든 일종의 양심이라고 봤다.





거대한 덩치의 괴수들 사이에서 나름 가족애를 내세우고 당치도 않는 武勇을 뽐내보지만 그저 작고 무기력한 인간들만 드러날 뿐이다. 또 언제 어떤 모습의 괴수들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쓰고 버린 폐기물을 먹고 자라난 괴수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실제가 아니라는 위안이 도움이 될는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고질라 (2014)

Godzilla 
5.8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정보
액션, SF | 미국 | 123 분 |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