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 [리뷰] 그들이 빛날 수 있는 건

효준선생 2014. 5. 18. 07:30





    한 줄 소감 : 무대위에서 만큼은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었다.
 





요즘엔 솔로 가수보다 그룹으로 결성된 팀이 많다 보니 별도의 안무팀이나 코러스팀도 필요없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잘나가는 가수들에겐 전속 코러스와 안무팀도 붙고 그게 아니면 방송국의 안무팀이나 합창단 멤버가 코러스를 넣어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가수가 자기 노래만 잘하면 백업 보컬이 필요한가라고 묻기도 하는데, 우리 귀라는 기관이 참 요사한지라 보다 듣기 좋은, 다시 말해 다채로운 소리에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도 4, 5분 동안 혼자만의 목소리만으로 청중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꼭 필요한 것이 백업 보컬의 목소리다.





아주 가끔은 무대 한 가운데서 노래하는 가수보다도 실력이 좋은 경우도 있다. 운좋게 그들중에서도 정식 가수로 발탁되어 앨범도 낸 케이스도 있지만 백업 출신 가수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의미가 아닌, 어딘지 부족한 점이 있기에 처음부터 정식 가수가 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시선이 담겨 있어서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유명 가수의 뒷 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도 거의 받지 못하지만 무대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백업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있다.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7·80년대 영국과 미국의 팝 가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6명의 백업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달린 러브, 메리 클레이턴, 리사 피셔, 주디스 힐, 타타 베가, 클라우디아 레니어등, 만약 이들의 이름을 잘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엄청난 팝 음악 애호가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명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명에 가까운 백업 가수의 오늘을 조명하며 그들의 지난 회고록만을 들어보는 자리는 아니었다. 당대 내놓라하는 유명 가수의 뒤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던 그들에게서 소위 그림자 가수지만 최선을 다했던 이유와 영화에서 조연이 역할이 별 볼일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서 반드시 필요하기에 조연이라 불리는 것처럼, 그들이 없었다면 유명 가수들도 존재하기 어려웠음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의 진행방식은 인터뷰와 함께 지난 세월을 함께했던 명곡들의 비디오 클립을 보여준다. 가수 뒷 켠에 서서 멋진 화음을 넣어주고 때로는 흥에 겨워 율동도 함께 하는 그들을 보니, 나름 보람있게 살았구나 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아쉬움, 그들도 한때는 톱 가수를 꿈꾸었을 테고 이중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소장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식가수와 백업 가수의 기준은 가깝고도 멀었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로도, 실력보다 외모를 쳐주는 그 바닥의 생리때문이라는 자조적인 핑계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끝내 아쉬운 건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주류가 되기엔 너무 힘들었던 소수민족, 유색인종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에 이르면 좀 답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흑인, 혹은 남미계 혼혈, 아시아계 혼혈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목소리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솔의 감각들은 백인 가수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무기였다. 그래서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팅, 믹 재거등 백인 가수들은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고 잘나가던 그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흥분이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엔 바로 그들의 인터뷰도 있다. 많이 늙고 근래엔 신곡이 거의 나오지 않는 가수들이지만 젊은 시절 그들의 음악을 듣고 얼마나 들떠했던가 그리고 구별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뒤로 들리는 여러 목소리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영화에 인터뷰이로 나오는 백업 가수들의 그것이었다니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세상 누구가 주연만 할 수는 없다. 조금 뒤에서 주연을 받쳐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없다면 과연 주연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그런 자리에조차 오르기 어렵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청소부를 하거나 스페인어 강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무엇이 되었든 한때는 자기가 가진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며 살았던 적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니, 과연 나에겐 그런때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2014)

Twenty Feet from Stardom 
9.8
감독
모건 네빌
출연
달린 러브, 메리 클레이턴, 리사 피셔, 주디스 힐, 타타 베가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91 분 |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