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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바디 - [리뷰] 네 눈의 눈물, 제 눈의 피눈물

효준선생 2014. 5. 16. 07:30






   한 줄 소감 : 두 가지 사건이 맞물리며 벌어지는 스릴이 깜찍하다
 





가해자는 쉽게 잊을 일도 피해자에겐 평생을 두고 한이 될 일이 있다. 조금 모질게 마음 먹으면 복수를 꿈꿀 법도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포기를 하게 되거나 혹은 복수의 여력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수 년간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가 간혹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속담에 사나이의 복수는 10년이라도 이르지 않다고 했다. 무릇 한 번 결의를 하면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해도 초심이 변하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다. 영화 더 바디, 한 남자의 집념이 자신이 사랑했던 가족의 희생을 대신해 되 갚아주는 과정을 그린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엔딩까지 다 보기 전엔 무척 혼란스럽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홀연 사라진 영안실의 시체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느날 스페인의 어느 병원 시체 안치소에 여자의 시신 한구가 실려 들어온다. 그런데 그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 시각 병원 경비는 뭔가에 놀라 도망을 치다 달려오는 차량에 부딪혀 정신이 혼미한 상태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세상에 누가 시신을 훔쳐갔단 이야기이며 경비는 무엇에 놀라 그 난리적 도망을 했다는 말일까





시작부터 음습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숲 속과 이어지는 영안실의 공간이 이 영화의 서스펜스적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 공포 영화의 공통점은 이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는 편이다. 그렇다고 소복입고 머리를 푼 귀신이 나오는 황당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에 대한 접근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긴장감을 유지해간다. 등장인물도 간소하다. 시신의 남편은 단순 피조사인으로 나왔다가 나중에 피의자 신분으로 둔갑하고 그를 심문하는 경찰의 무거운 표정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일종의 맥거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돈 많은 상속녀와 연구소 직원이자 화학 교수인 남자의 평탄치 않은 결혼 생활이다. 영화는 과거 회상씬을 통해 이들의 힘겨운 결혼 생활을 결혼식에서부터 보여주는데 돈이 많다는 이유로 은근하게 남편을 무시하는 아내와 그런 그녀를 일종의 짐처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의 관계에 상당한 혐의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설정 탓인지 관객들은 분명 남편이 부부관계를 파탄 내기 위해 모종의 계략을 시도했고 그 증거라 할 수 있는 검시 전의 시신을 빼돌린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면 이 영화는 그냥 치정 멜로물에 그치겠지만 그보다 더한 반전 스토리가 후반부에 드러나며 아연실색해진다.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내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연구소에 있는 약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남자의 모습은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그리고 그가 단순히 아내가 자신의 몫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노리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에게는 정당성이나 그럴만도 하다는 동정은커녕 참 나쁜 인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그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것과 그를 탓해야 한다는 것 수준의 응징이라면 아직도 이 영화는 더 이상의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시신이 여러 구 안치되어 있고, 밖에는 세찬 비가 내리고 어느새 밤이 찾아 왔다. 문밖에 서있는 경찰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고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해 보지만 여의치 않다.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슬픈 일은 아니지만(?) 시신이 사라졌다, 아니 누가 가지고 가버렸다는 이야기에 그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영화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한 남자를 몰아넣고 마치 심각한 관찰 카메라 프로그램처럼 그를 몰아 세운다. 왜 그랬을까





죄를 짓고는 못산다고 하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런 그에게 가해지는 복수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채 다하지 못한 말을 통해 진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복수가 완성된 건 아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복수의 대상이 죽어버리고 나면, 그 복수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선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옛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좀 착하게 살아야 겠다. 영화 더 바디의 궁극의 교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바디 (2014)

The Body 
9.4
감독
오리올 폴로
출연
벨렌 루에다, 오라 가리도, 호세 코로나도, 우고 실바, 크리스티나 플라자스
정보
스릴러 | 스페인 | 111 분 | 20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