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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랜센던스 - [리뷰] 어느 천재 과학자가 꿈꾸었던 세상

효준선생 2014. 5. 15. 07:30






    두 줄 소감 : 이 영화를 첨단기계의 향연이나 액션활극으로 보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보급되기 전을 생각해보면 지금과는 확연하게 다른 정보의 량으로도 모자람 없이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의 역할은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들이 대신했고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세상일은 구전되었다. 물론 그때도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을 상상했을 것이다. 지금 흔하게 언급되는 하이브리드나 유비쿼터스 세상등은 당시로선 개인의 상상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이 좀 흐른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게 불과 20여 년 전이다. 매년 연말 신문에선 재미있는 기사를 볼 수 있다. 2000년 미래의 想像圖 같은, 날아다니는 택시 같은 것이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온라인 테크놀로지, 로봇 청소기, 무선으로 작동하는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이 주로 등장했다. 몇몇 기자들의 아이디어겠지만 그 중 많은 것들이 실현되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컴퓨터 매커니즘과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영화 트랜센던스, 초월, 능가라는 의미의 영화제목은 그저 멋있으라고 지어놓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외피는 흔히 볼 수 있는 공상과학만화 같아 보이지만 중반부를 지나면 얼마나 철학적 관념들로 가득 차 있는지 철저하게 체험하게 된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초인적 능력을 가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어른이 된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서 소위 일류 대학에 갈 수 없음을 시작으로 알아주는 전문직으로 나설 수 없음을 거쳐, 질병이나 죽음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누군가는 초연해지거나 혹은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삼라만상이 뭉쳐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그 세상에선 정말 머리 좋은 돌연변이 같은 인물도 없진 않았다. 윌은 천재적 물리학자로 어쩌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의 도래를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미래에 대한 확신은 그의 아내에게 있었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世外桃園이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의 꿈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기계에 의해 인류가 이룩해 놓은 정신적인 부분이 잠식당하거나 아니면 아예 멸망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는 반대파의 총알 한 발 때문이었다.





죽음을 앞 둔 천재 과학자의 상념은 비감(悲感)이다. 죽는 게 억울하다기 보다 평생을 두고 쌓아놓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했던 그의 진정성이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과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기계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영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바로 이 영화의 전반부의 모색이었다.





육체는 이미 강에 뿌려졌지만 정신은 컴퓨터 안에서 존재한다는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그 능력이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하게 발휘됨을 목도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 영화는 참 묘하다. 선과 악의 편가름에서 분명 주인공 편을 들겠지만 한 쪽 편 말만 듣고 그 응원의 편이라는 게 오락가락하고 만다. 불행히도 죽고난뒤 기계의 힘을 빌어 겨우 모니터 속에서만 연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막상 그의 행동이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묘사되었을 때의 두려움.





기계는 전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건 아무도 원치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SF 영화를 통해 컴퓨터가 역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살벌한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정서다. 당연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해 있을 수 없는 일들을 하게하고 심지어 초자연적 현상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모습에 안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편 권력의 속성을 윌의 모습에 투영해 봤다. 인간은 늘 자신들을 신세계로 영도해줄 리더를 찾아왔다. 거기서 안위를 찾고 삶의 긍정 에너지를 확보해왔다. 정치와 종교는 그래서 이해타산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정점에 있는,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능력이 집중되는 건 결코 원치 않았다. 그게 인류가 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활력이었다. 윌의 모습에서 그런 게 보인다. 그는 기계조작 종결자 외에도 사람들의 모든 질병을 치유해주는 의사고,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심령술사이며 심지어 사막에 비까지 내리게 하는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한다. 말도 안된다며 거부감이 들 때 쯤, 우린 진실 하나를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윌이 죽고 나서 다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뒤 죽기 전 그를 알고 있었던 모두가 그의 정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고 그게 반복이 되면서 우린 결국 윌은 전지전능하지만 아주 위험한 독재자이자 없애야 하는 비운의 인물쯤으로 처치하고 말았다. 상황이 그렇게 몰고 간 셈이다. 한 번도 그의 진정성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의 인지능력조차 컴퓨터가 학습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의 자신을 바라보는 白眼視와 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자신의 열망 앞에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천재 물리학자의 발끝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능력에 대해 마음 편히 진심으로 대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저 시기하고 의심하고 수많은 억측과 확인되지 않은 결말로 싹도 틔우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던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장 슬펐던 건 윌의 첫 번째 죽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사랑, 우정, 믿음, 그리고 의심의 병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부박(浮薄)한지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무척 관념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민낯의 조니 뎁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 그 깊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화 트랜센던스에서의 조니 뎁, 그의 마지막 선택과 표정의 잔상이 오래간다. 





트랜센던스 (2014)

Transcendence 
8.1
감독
월리 피스터
출연
조니 뎁, 모건 프리먼, 레베카 홀, 폴 베타니, 킬리언 머피
정보
SF, 액션 | 미국 | 119 분 | 2014-05-14